박 의원은 10~11일 동안 치러진 결선에서 친이재명계인 정 전 의원에게 패했다. 하위 10%에게 적용되는 ‘경선 득표의 30% 감점’이라는 벽을 못 넘은 것이다. 박 의원은 지난 6일 페널티를 안고도 정 전 의원, 이승훈 당 전략기획부위원장과 벌인 3자 경선을 통과한 바 있다. 결선 또한 3인 경선과 같이 권리당원 투표와 일반시민 여론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됐다. 감산을 고려하면 박 의원은 59% 이상의 득표를 해야 했다.
그러나 ‘비명계를 응징하자’는 강성 당원의 표가 정 전 의원에게 쏠리고, 지난 8일 이승훈 전 부위원장이 정 전 의원 지지를 선언하면서 박 의원은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이 공천에서 탈락함으로써 민주당은 ‘비명횡사 공천’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하게 됐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한겨레에 “친명 공천 논란의 재점화로 진정 국면에 들어서던 민주당에 찬물을 끼얹게 될 수 있는데다가, 그가 중도·진보를 표방해왔기 때문에 수도권·중도층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박 의원은 지난 총선 때 64.5%의 득표로 재선하며 서울 지역 민주당 후보 가운데 1위 득표를 기록했다.
박 의원을 꺾은 정 전 의원의 과거 미투 의혹도 당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 정 전 의원은 2021년 성추행 의혹을 보도한 기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무고한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이 확정되자 ‘누명이 벗겨졌다’고 주장했지만, 이 사건에 관한 민사소송에서 대법원은 “보도를 통해 적시된 사실이 허위임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문에 적시했다.
한편, 민주당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청년 전략특구’로 지정된 서울 서대문갑 경선에서 친명계 김동아 변호사가 승리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이재명 대표의 측근 정진상 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의 대장동 사건 변호인이다. 경기 화성정에서는 전용기 의원(비례대표)이, 세종갑에서는 이영선 변호사가 공천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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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