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 전문의도 '단체행동' 동참…의료대란 현실화되나

대한응급의학의사회 비대위 성명서 발표
"정부 잘못된 응급의료정책에 전문의 사직 행렬"
"개선되지 않으면 응급현장 떠날 것" 강력 경고

대한의사협회와 전공의들이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반발해 단체행동을 예고한 가운데 응급의학과 전문의들도 단체행동에 동참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의료계 전체로 단체행동이 확산되면서 의료대란이 현실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비상대책위원회는 11일 성명서를 내고 "응급의학과 전문의 일동은 정부가 초래한 응급의료 재난사태 위기단계를 맞이해 응급의학과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었고 이번 재난사태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전국에서 응급의학 전문의들의 자발적인 사직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와 관계당국은 지난 수십 년 간 아무런 지원이나 대책도 없이 응급의료현장을 지켜온 의료진들에게 격려와 칭찬 대신 강력한 제재 정책으로 일관했다"면서 "'응급실 뺑뺑이'라는 악의적인 보도로 응급의료인을 비난하고 낙수효과 운운하며 마지막 남은 자존심까지 빼앗아 버렸다. 응급의료는 언급조차 없는 필수의료 말살패키지, 건보재정 탕진 정책에 이르러서는 미래의 희망마저 어둡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 이상 의사들을 범죄자 소탕하듯이 강력하고 단호하게 처벌하려 하지 말고 국민건강과 보건의료의 전문가로 인정하고 대화와 협력에 나서야 한다"며 "우리는 일부 '적폐세력'이 아닌 환자를 살리는 의사들이다. 우리가 주장하는 것은 환자를 살릴 수 있는 제대로 된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비대위는 "응급의학 전문의들이 사직하는 이유는 오만하고 무지한 정부의 잘못된 응급의료정책 때문"이라면서 "더 이상 개선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우리 모두는 응급의료 현장을 떠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간신히 유지되고 있는 응급의료인들의 탈진과 소모는 추가적인 사직과 이탈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의과대학생과 전공의협회를 적극 지지하며 만약 단 1명의 희생자라도 발생할 경우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했던 전체 응급의학 전문의들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정부와 정책당국은 응급의료 재난사태 위기단계가 더 이상 격상되지 않도록 전공의와 의료계에 대한 협박을 당장 중단하라"면서 "비대위는 전체회원 총투표를 실시하여 향후 투쟁의 방법에 대하여 회원들의 뜻과 의지를 모으고 14만명 의사회원들과 힘을 합쳐 끝까지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의대 정원 증원에 의료계의 반발이 계속되고 의사단체들이 총파업을 예고하자 보건의료 위기단계를 '경계'로 상향하고 의협 집행부에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를 명령했다.

또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 움직임을 보이자 집단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오는 12일 오후 9시 온라인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의대 정원 증원에 따른 대응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날 오전 응급의료 현장 점검하기도 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오전 충북대학교병원 응급실을 방문해 "설 명절 연휴에도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하여 변함없이 묵묵히 현장을 지키는 의료진들의 노고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한국,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