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사주 1심 유죄 선고 파장]
법원 "손준성 정치적 중립 정면 위반"
문 정부와 대립하며 소외됐던 윤석열
검찰권 이용해 정부 견제했다는 의혹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옥곤)가 손 검사장에게 실형을 선고한 건 그의 행위가 '검찰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당시 여권 정치인 등을 고발하는 데 활용하고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에 협조하는 과정에서 공무상 비밀누설 등 범행을 저질렀다"며 "검사가 지켜야 할 핵심 가치인 정치적 중립을 정면으로 위반해 검찰권을 남용하는 과정에 수반된 범죄"라고 강조했다. 검사 권한을 잘못 사용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손 검사장의 검찰권 남용을 지적한 재판부 결론에선 당시 손 검사장의 상관이던 윤 대통령도 자유롭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중용됐던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취임 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송철호 전 울산시장,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 민주당 측 핵심 인사들을 수사하면서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걷게 됐다. 고발사주 의혹이 발생한 2020년 4월 초, 윤 대통령은 조 전 장관 수사 등을 계기로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과 사사건건 대립하며 갈등하고 있었다.
갈등이 커지면서 윤 대통령은 '식물총장'이 됐다. 추 전 장관의 일방적 인사로 한동훈 당시 대검 반부패부장 등 측근 참모들을 잃어 고립무원의 상황에 처해 있던 윤 대통령은 '친문 검사'들로 채워진 대검 부장(검사장) 대신, 자신을 따르던 과장급 검사들과 주로 소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손 검사장은 '검찰총장의 눈과 귀'로 불리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었다. 윤 대통령과 손 검사장의 이런 관계를 근거로, 민주당 측은 고발사주 의혹에서 윤 대통령의 책임 문제를 계속 거론해 왔다. 윤 대통령이 얼마 남지 않은 자신의 '수족'을 활용, 자신에게 비판적인 정치인과 언론을 손보려 했다는 것이다. 당시 문제의 고발장에 명예훼손 피해자로 적시된 사람은 윤 대통령, 김건희 여사,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었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이번 판결을 근거로 윤 대통령까지 법적 책임을 묻기엔 어려울 것으로 본다. 법원이 유죄 판단을 내린 건 실명 판결문 누출 등 일부뿐인 데다, 2심에서도 다퉈볼 여지가 많다는 것이 중론이다. 또 문재인 정부에서 윤 대통령을 입건하며 '표적 수사'라는 비판까지 받았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이미 윤 대통령을 무혐의 처분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해당 처분은 이미 재정신청(검사가 고소·고발을 불기소한 경우 법원에 그 타당성을 묻는 절차) 기한이 지난 상태이기도 하다.
반면 손 검사장에게 직접 실명 판결문 등을 전달받은 것으로 인정된 김웅 의원은 다시 수사선상에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손 검사장이 김 의원에게 고발장을 전달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 등으로 김 의원을 무혐의 처분했지만, 이날 재판부는 손 검사장이 전한 고발장 등을 김 의원이 받았다고 봤다. 시민단체가 무혐의 처분에 항고해 현재 서울고검에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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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