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道' 수렁 빠진 원희룡…김동연 "도끼로 제 발등 찍어" 원안 명분 공세

양평고속道 의혹 국정감사 두 표정, 원희룡과 김동연

▲ 23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위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서울-양평고속도로 논란과 관련해, '사업 백지화'를 선언했던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 사업의 직접적 유관 광역단체인 경기도를 이끌고 있는데다, 고속도로 건설과 같은 국책 사업을 오랫동안 다뤄온 경제 전문가 출신인 김 지사는 '원안 추진' 주장에 대한 명분을 쌓아가고 있는 반면, 애초 사업 전면 '백지화 선언'을 했다가 '대안 추진'이 경제성 있다는 민간 용역사 경제성 분석(B/C) 결과를 국감 직전 기습 발표하는 등 국토부는 오락가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백지화 철회도 하지 않고 '경제성 분석'을 이어온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김 지사는 '원안 추진' 주장의 선명성을 강화하며 국토부의 '국책 사업 변경' 의혹을 연일 제기하지만, 원 장관은 사업 추진 여부조차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는 모습이 국감 내내 포착되고 있다.

김동연 "원희룡, 도끼로 제 발등 찍고 있다"

김 지사는 23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혹투성이, 견강부회로 원 장관께서 '백지화' 내지 그 말을 여러 번 바꾼 것은 도끼로 제 발등을 찍는 일"이라고 원 장관을 정면 겨냥하면서 "업무 프로세스나 일의 진행을 봐서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김 지사는 특히 "실무책임자 입장에서 보면 만약에 이것이 다시 예타로 돌아가 사업이 좌초될 가능성이 있다면 공무원들에게 아주 치명적"이라며 "개인적인 소회를 말씀드리자면 국토부 공무원들이 공무원 선배로서 안쓰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은 국책 사업으로, 국토부 장관의 '백지화 선언'으로 무산될 경우 대통령과 공무원들에게 책임론이 돌아갈 수 밖에 없는 '외통수'를 지적한 것이다.

김 지사는 지난 5일 국토부가 발표한 민간 용역 회사의 비용-편익(B/C)분석 결과에 대해서도 "저는 새롭게 경제성 발표를 한 것에 대해 신뢰성에 깊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애초에 변경안을 착수보고했던 설계사가 다시 그것을 했다는 것에서 주체 자체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고, 내용에 있어서도 짧은 시간 내에 한 점 등을 봐서 신뢰하기가 쉽지 않다. 만약에 로데이터(원자료)를 다 볼 수 있다면 여러 가지 허점이 더욱 드러나지 않겠나"라고 비판했다.

지난 17일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김 지사는 '당초목적 부합', '조속 추진', '주민숙원·정부약속 이행' 3가지가 중요하다"며 "변경안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새로 해야 할 가능성도 있어 시기적으로 불리하고, 주민 숙원이라든지 정부 약속한 게 있어서 원안 추진이 맞다"고 주장한 바 있다. 경기도 국감 때마다 양평 고속도로 이슈가 떠오르면서 아이러니하게도 김 지사의 '원안 추진' 주장이 부각되고 있는 셈이다.

백지화 고수? 대안 추진? 점점 수렁에 빠지는 원희룡

김 지사가 공세를 강화하는 한편, 원희룡 지사는 국정감사 과정에서 '방어'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출석한 원희룡 장관은 경제성 분석(B/C) 결과와 관련한 민주당 의원들의 의혹 제기가 이어지자 "장관은 전문 지식이나 시뮬레이션을 담당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하는 등 답변을 피해갔다.

당시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경제성 분석 결과 요지는 종점을 변경하면 교통량이 하루에 6000대가량 늘어난다는 것인데, 그동안 (원희룡) 장관 등은 원안 노선과 변경 노선이 4분 거리인데 굳이 사위(윤석열 대통령) 힘을 빌려서 종점을 변경했겠냐는 얘기를 계속해 왔다, 그럼 4분 거리로 종점이 변경된다고 기존 종점일 때 고속도로를 안 타던 6000대의 차량이 이 고속도로를 탄다는 말이냐"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원 장관은 "그런 질문은 도로 통행에 관한 전문적 분석 경험을 갖고 있는 분이 대답하는 게 책임 있는 답변이 될 것"이라며 "장관은 전문 지식이나 시뮬레이션을 담당하는 게 아니"라고 말하자 이 의원은 "전문 지식도 없이 일타강사는 왜 했냐"라고 비판했다. 원 장관이 지난 7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학원 강사' 컨셉으로 '종점 변경 의혹'을 설명하던 모습을 꼬집은 것이다.

김병욱 의원이 "원희룡 장관이 양평 고속도로 백지화를 선언했는데 갑자기 강상면(대안 노선)이 좋다고 BC 분석 자료를 발표했다"라며 "백지화 선언을 무효화한 건지, 그렇다면 백지화는 어떤 의미에서 선언한 건지, 사과와 해명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하자 원 장관은 "그렇게 할(사과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KDI 교수 출신 유승민도 '절레절레'

서울~양평 고속도로 논란은 지난 2017년 국책사업으로 시작된 고속도로 건설안 종점이 양평군 양서면에서 KDI 예비타당성 조사 이후인 올해 5월 강상면으로 바뀌어 논란이 됐다. 이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처가인 김건희 여사 일가가 강상면 일대에 땅을 갖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원희룡 장관은 논란이 커지자 지난 7월 6일 "김건희 여사가 선산을 옮기지 않는 한, 처분하지 않는 한 민주당의 날파리 선동이 끊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그 원인을 제거하겠다"며 백지화를 선언했지만, 지난 5일 '강상면 대안'의 비용/편익 분석 결과 기존 양서면 종점(원안)보다 0.1 포인트 높다는 결과를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대해서는 같은 여당 안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KDI 교수 출신인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원안을 변경안으로 바꾸려면 논리적인·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해 놓고 바꿔야 한다"며 "타당성 조사의 경제성 분석을 해서 B/C(비용/편익)를 해 보니까 예타(원안)보다 2안이 낫더라, 이렇게 해서 안을 바꿔야 하는데 그런 것 없이 (애초에) 이 변경안이라는 것을 불쑥 내놓은 것"이라고 의구심을 제기한 바 있다.

'대안'을 먼저 내놓은 후 경제성 분석(B/C)을 나중에 내놓으면서 오히려 의혹을 더 크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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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