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에 도착한 김치 택배, 열어보니 사람 장기가?

인체조직 운송 용기 10건 중 9건은 김치 택배에 쓰이는 1회용 스티로폼 박스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 "인체조직 운송에 스티로품 일회용기 사용 후진적…콜드체인 기반 갖춰야"

▲ 인체조직 운송에 사용되는 스티로폼 박스.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실 제공
뼈와 연골, 피부 등 이식을 위한 인체 장기조직 운송 10건 중 9건이 김치 택배 등에 사용되는 1회용 스티로품 박스로 이송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영주 의원이 한국공공조직은행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해당 단체는 인체조직 운송 수단으로 사설 퀵서비스와 고속(시외)버스를 이용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9년부터 지난 8월까지 전체 4,559회 인체 조직 운송 건 중 다마스 차량을 이용한 퀵서비스인 '일회성 운송 서비스'는 3,826회(84.1%)로 가장 많았다. 이어 퀵서비스와 시외버스를 이용한 '버스 연계'는 723회(15.9%)로 나타났다.

운송되는 인체조직은 기증자로부터 채취된 충전·구조용뼈, 근막, 피부, 아킬레스건, 혈관 등이며, 의료기관 분배 요청에 따라 접수와 운송이 이루어지고 있다.

인체조직 운송은 계약된 퀵 운송업체 운송기사가 조직은행에서 인체조직을 수령 후 수술실 입구 등 정해진 장소로 운송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광역시도 간 이동은 고속(시외)버스로 운송하고 버스터미널까지 이동은 다마스 퀵으로 운송됐다.

문제는 인체조직의 운송과 관련해 '인체조직안전에 관한 규칙 제9조'에서 적절한 운송 용기, 운송 시간 및 기재 사항 등이 있지만 운송 방법과 관련해 별도의 가이드라인은 없다는 점이다.


때문에 최근 5년간 인체조직 운송을 위해 사용한 전체 용기 4,549개 중 스티로폼 4,075(89.5%)개, 드라이쉬퍼 349(7.6%)개, EPP 용기 125(2.7%)개가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드라이쉬퍼는 혈관 및 심장 판막 운송을 위한 철재 구조의 전용 용기이며, EPP 용기는 보냉 기능과 온도계가 포함된 친환경소재로 1,000회 이상 재사용 가능한 용기이다. 반면 스티로폼 용기는 일반적인 스티로폼 박스를 사용한 용기다.


문제는 –40℃~-80℃로 보관해 운송해야 하는 인체조직들이 EPP 용기와 스티로폼 박스에서 혼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40℃ 이하의 동결보존 이식재(뼈, 건, 인대, 연골, 근막, 피부 등)를 온도 확인이 불가능하고 파손에 취약한 스티로폼 박스로 운송했다.


최근 5년간 운송된 인체조직 중 –40℃로 유지해 운송해야 하는 인체조직은 뼈 3,086개(66.6%), 근막 379개(8.2%), 건 200개(4.3%) 등으로 최소 79%에 달한다.

김영주 의원은 "백신이나 일부 의약품들도 콜드체인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인체조직 운송에 사설 퀵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온도 변화와 파손에도 취약한 스티로폼 일회용 용기를 사용하는 건 후진적"이라며, "생명을 살리는 인체조직인 만큼, 하루빨리 체계적이고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콜드체인 기반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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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