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트럼프 도주 우려없다”
법정 출석 45분만에 석방
트럼프, 쿠바식당서 ‘한턱 쏴’
뉴저지주 기자회견서 맹비난
“권력남용, 또 다른 대선조작”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마이애미 연방법원에 출석해 기밀문건 반출 관련한 37개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무죄를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께 미 플로리다주 마이매미 연방법원에서 열린 기소인부 절차에 출석한 가운데 이 자리에서 그의 변호사인 토드 블란치는 “우리는 확실히 무죄를 주장한다”고 밝혔다. 기소인부 절차는 혐의 인정 여부를 묻는 절차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핵무기 현황 등 재임 중에 취득한 국가기밀 문건들을 무더기로 불법 반출해서 퇴임 후 플로리다 마러라고 자택 곳곳에 ‘방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은색 양복에 빨간색 넥타이를 착용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법원으로 가는 길에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마녀사냥, 미국 역사상 가장 슬픈 날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법원 앞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 기소를 놓고 수 백명이 찬반 시위를 펼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정 피고측에 앉아서는 얼굴을 찌푸리고 팔짱을 끼며 침묵했다. 조너선 굿맨 판사는 기소 절차상 이날 체포돼 구금상태인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도주 위험이 없다”면서 그의 출석 45분 만에 석방을 결정했다. 굿맨 판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함께 기소된 월트 나우타 보좌관 사이의 소통을 금지했다. 이날 나우타 보좌관도 법정에서 무죄를 주장했다. 검찰은 속도감있는 재판을 예고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복잡한 기밀 증거처리 과정을 감안할 때 정식 재판이 시작되려면 1년 안팎이 걸릴 수 있다고 전망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정에 서기 직전에 지문을 찍었지만 범인 식별용 얼굴 사진인 머그샷 촬영을 하지 않았다. 미국 전·현직 대통령 중에 연방 검찰에 의해 형사 기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방법원 출석도 초유의 일이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성추문 입막음용으로 회삿돈을 비밀리에 지급한 혐의로 지난 4월 뉴욕 맨해튼 지검으로부터 기소당해서 뉴욕 지방법원에 출석한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정에서 나온 뒤 인근 쿠바 식당인 베르사유에 찾아가 “모든 음식을 사겠다”고 한턱을 쏘면서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눴다. 일부 지지자들은 14일에 77번째 생일을 맞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위한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트럼프를 감옥으로’라고 외친 한 여성은 그 자리에서 쫓겨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저녁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에 위치한 자신의 골프클럽으로 돌아가 기자회견을 하고 “오늘 우리는 미국 역사상 가장 사악하고 악랄한 권력 남용을 목격했다”며 “또 다른 대선 조작 시도”라며 맹비난했다. 그는 “부패한 현직 대통령이 조작된 가짜 혐의로 최고 정적을 체포당하게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그는 내년 11월 선거에서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될 경우 “바이든 대통령의 뒤를 쫓을 특별검사를 임명할 것”이라며 정치 보복을 시사했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침묵 중인 가운데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직접 맹공에 나섰다. 바이든 여사는 지난 12일 밤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내년 대선 모금행사에 단독으로 참석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밀반출 혐의로 기소됐음에도 여전히 많은 공화당 지지층의 지지를 받는다는 여론조사에 “충격적”이라며 “그들은 기소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매일한국,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