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국가주석의 라이벌로 꼽히는 2인자의 사망에 대해 중국 정부가 대학가를 중심으로 사실상 추모 통제를 시도하고 있지만 별 소용이 없어 보인다.
현지에선 리커창이 죽은 시점을 둘러싸고 진행 중인 시진핑 주석의 정책 행보에 주목한다. 시진핑은 최근 철권체제 구축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일 중국의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회의는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국무원조직법 개정 초안을 심의했다. 개정안 3조는 '국무원은 중국공산당의 지도를 견지한다'고 적고 있다. 공식적으로 국무원은 행정부를 대표해 국가권력의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해왔지만, 이제 리커창처럼 시진핑의 정책에 대놓고 쓴소리를 하면 법 위반이 된다.
여기에 시진핑의 경제 책사인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는 경제분야 전권을 장악했다. 허 부총리는 지난 29일 프랑스 대통령 외교자문관을 접견했는데, 관영 신화통신이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재정경제위원회 판공실 주임'으로 소개했다. 이 직함이 공식 언급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중앙재경위는 중국공산당의 경제총괄기구다. 경제정책에 있어 시진핑은 이제 본인의 거의 모든 의지를 총리를 건너뛰고 집행할 수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30~31일 전국금융공작회의를 주재한다. 금융과 산업 관련 전례 없는 통제 강화방안이 나올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통제가 강화되는 건 불만이 고조된다는 뜻이다. 장기적 경기 침체와 심각한 내수불안, 가계 가처분소득 감소와 사상 최고 수준의 실업률은 이미 중국 경제에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다. 앞서 중국 경제 전망이 불투명할수록 리커창이 부각된 바 있다. 고인이 됐으니 더 자주 호출될 거다. 이는 중국 정부의 고민이다.
중국 공산당엔 이미 2인자 사망의 트라우마가 있다. 1976년 저우언라이 총리 사망 후 문화대혁명에 대한 비판이 본격화(4.5운동)된 가운데 1987년 후야오방 총서기가 사망하며 그 해 6월 결국 톈안먼 시위가 벌어졌다.
최근엔 반정부 시위도 심심찮게 벌어졌다. 2019년 홍콩에선 시진핑 퇴진을 요구하며 벌였던 '노란우산' 시위가 있었고, 작년엔 코로나19 봉쇄를 계기로 공산당과 시진핑을 반대하며 상하이에서 시작돼 중국 본토로 확산된 '백지 시위'가 있었다.
리커창을 추모하는 노란 국화가 노란우산 시위로, 흰 국화가 백지시위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게 공산당의 최우선 과제다.
당의 속내는 복잡하지만 장례식을 치러야 한다. 리 전 총리의 사망 일주일을 맞는 오는 11월 3일 중국 정부가 조용히 장례를 치를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30일 현재까지 중국 언론을 주도하는 관영언론들은 리커창 장례에 대해 일체 보도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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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