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탱크, 가자 심야기습… 전면 지상전 돌입 수순

가자서 이번 전쟁 최대규모 작전
이 “다음 단계의 전투 위한 준비”
하마스 “비극을 기쁨으로” 보복예고

▲ 가자 장벽 뚫고 진격하는 이스라엘 탱크 이스라엘군이 25일(현지 시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에서 탱크, 보병부대 등을 투입해 지상작전을 수행하는 모습을 26일 공개했다. 여러 대의 탱크가 장벽을 뚫고 진격하는 모습이 생생히 담겼다. 7일 전쟁 발발 후 지상전 개시 시점만 저울질하던 이스라엘이 전면적인 지상전 수순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라엘군 X(옛 트위터) 영상 캡처
이스라엘군이 25일(현지 시간) 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 안으로 탱크, 보병부대 등을 투입해 하마스 진지를 공격한 후 철수했다. 이번 공격은 7일 전쟁이 발발한 후 가장 큰 규모의 가자 침투 작전이었다. 이스라엘이 본격적인 지상전 돌입 수순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마스 측은 26일 팔레스타인인들을 향해 “(전면적 지상 침공 시) 당신의 비극을 기쁨으로 바꾸겠다”라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경고했다.


이스라엘군은 같은 날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다음 단계의 전투(대규모 지상전)를 위한 준비로 기바티 보병 여단 주도로 가자지구 북부에서 작전을 벌였다”며 밤사이 가자지구에 병력을 진입시킨 사실을 밝혔다. 이어 “탱크와 보병부대가 다수의 테러리스트 조직, (하마스의) 기반시설, 대전차미사일 발사 진지 등을 표적 공격했다. 병사들이 임무를 마치고 이스라엘 영토로 돌아왔다”고 덧붙였다. 탱크 여러 대가 가자지구 안쪽으로 진입하고, 목표물이 포격으로 폭발하는 모습을 담은 1분 9초짜리 흑백 영상도 공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앞서 25일 TV 연설을 통해 “지상 침공을 준비하고 있다. 구체적인 사항은 내각 결정에 따라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공격은 네타냐후 총리의 연설 몇 시간 후 전격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동 주둔 미군의 안전을 위해 방공망 확충을 마칠 때까지 지상전을 수일 동안 미뤄 달라고 이스라엘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스라엘의 가자 급습은 이를 사실상 외면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25일에도 하마스에 억류된 민간인 인질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지상전을 연기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7일 하마스 기습 공격의 배후가 이란이라는 주장도 속속 제기된다. 같은 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하마스 대원 500여 명이 이번 공격 전 최소 수주간 이란에서 특수전 훈련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하마스 죽은 목숨” 네타냐후 연설 직후, 가자 장벽 부수고 급습

이스라엘軍, 가자지구 심야 공격
美 만류에도 지상전 강행 태세
WSJ “가자 축소판 만들어 사전훈련”
땅굴 공격할 ‘스펀지 폭탄’ 준비

“가자지구 안팎, 땅 위 혹은 지하에 관계없이 모든 하마스 대원은 이미 죽은 목숨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5일(현지 시간) TV 연설을 통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제거 의사를 강조했다. 그날 밤 이스라엘군은 “다음 단계의 전투를 위한 준비”라며 하마스의 근거지 가자지구에 탱크, 보병부대 등을 앞세워 전격 진입했다. 23일에도 가자지구에서 하마스와 국지적인 교전을 벌였지만 대규모 병력을 앞세운 것은 처음이다. 7일 전쟁 발발 후 “하마스 궤멸”을 선언하며 지상전 개시 시기만 조율하던 이스라엘이 인질 석방을 위한 국제사회의 외교적 노력과 압박에도 지상전 강행 의지를 굳힌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라엘군이 26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공개한 1분 9초짜리 영상에는 장갑차가 모래 먼지를 일으키며 질주하거나, 탱크가 포탄을 발사하자 가자지구 내 건물 등이 폭발하는 모습 등이 담겼다. 특히 여러 대의 탱크가 불도저처럼 장벽을 밀어버리는 등 추후 보병의 진입 및 시가전에 대비하는 양상을 보여줬다. 이스라엘군 라디오는 이번 작전을 “비교적 대규모의 지상 급습”이라고 표현했다.
그간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납치한 220여 명의 민간인 인질을 인간 방패로 이용할 가능성, 하마스가 가자지구 곳곳에 설치한 지하터널 등으로 자국 군 피해가 커질 가능성 등을 우려해 좀처럼 지상전 개시 시점을 잡지 못했다. 미국 등 국제사회 또한 지상전을 강하게 만류했다.

하지만 전쟁 전부터 낮은 지지율을 보였고, 전례 없는 참사로 안팎의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네타냐후 총리가 이를 만회하기 위해 지상전을 강행하려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는 25일 연설에서 “전후(戰後)에 나를 포함한 모든 이가 사태의 책임에 대한 질문에 답해야 할 것”이라며 처음으로 하마스의 공격을 막지 못한 책임론을 거론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하마스 고위 관계자 살레흐 알 아루리는 26일 성명을 통해 “적의 범죄에도 불구하고 저항은 잘 진행되고 있다”며 지상군 진입에 개의치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25일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와 만났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지상전 개시와 헤즈볼라의 참전 가능성 등이 전쟁을 격화시킬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저작권자 ⓒ 매일한국,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