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낯짝으로!”…이낙연 장인상 빈소서 이재명 곤욕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낙연 전 대표의 장인상 빈소를 찾은 자리에서 일부 민주당 지지자가 이 대표를 향해 고성을 지르며 항의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대표는 9일 오후 조정식 사무총장과 천준호 대표비서실장 등과 함께 이 전 대표 장인상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이 대표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한 중년 남성이 “개딸(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들 시켜서 이낙연 출당 조치 시키라는 사람이 여기를 어떻게 무슨 낯짝으로 조문을 온다는 것이냐”고 외쳤다.

스스로 민주당 지지자라고 밝힌 이 남성의 외침은 최근 민주당 내부에서 제기됐던 ‘이 전 대표 영구제명’ 청원의 배후가 이 대표라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남성이 소리치자 힐끗 쳐다봤다가 이내 시선을 거두고 빈소로 향했다. 남성은 경호인력에 의해 제지당했다.


앞서 민주당 국민응답센터에는 이 대표의 지지층을 중심으로 이 전 대표를 출당시켜 영구제명하라는 청원이 게재됐다. 청원인은 “이 전 대표는 지난 대선 때 대장동 건을 최초로 터뜨려놓고 이 대표에게 사과도 하지 않은 채 미국으로 냅다 도망쳤다”고 주장했다. 해당 청원은 당 답변 기준인 5만명을 훌쩍 넘기는 인원이 동의했으나, 지난달 16일 조정식 총장에 의해 사실상 거부됐다. 청원의 주요 내용이 허위 사실인 경우 당은 답변을 거부할 수 있다.

이 전 대표 영구 제명 청원 등과 관련해 이 대표는 지난달 4일 페이스북에 “내부를 향한 공격이나 비난을 중단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는 당부의 글을 올렸다. 그는 “우리 안의 갈등이 격해질수록 민생을 방치하고 야당 말살에 몰두하는 정권을 견제할 동력은 약해진다”며 “이럴 때 가장 미소 짓고 있을 이들이 누구인지 상상해 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이 전 대표의 장인상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20여분간 머물렀다. 당내 대선 경선 맞수였던 두 사람이 만난 것은 지난해 5월 이후 약 11개월 만이다. 별도의 독대는 없었으며, 민주당 관계자들이 배석한 가운데 대화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현안 언급은 없었고 안부만 주고받았다고 한다.

동석했던 이병훈 의원에 따르면, 이 대표가 “(미국에서) 강연한 내용이 참 좋으시더라”고 인사를 건넸고, 이 전 대표는 “4월에 남북통일과 평화에 대한 대안 등을 담은 책을 내고, 6월 독일 베를린에 가서 특강을 한 뒤 귀국한다”며 향후 계획 등을 소개했다. 이후 “당을 잘 이끌어달라”는 이 전 대표 말에 이 대표는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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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