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52조·SK하이닉스 15조…"반도체 판매 부진에 재고 쌓였다"

반도체 수출 부진 지속…1분기 대규모 적자 우려
"반도체 시장, 하반기는 돼야 개선될 듯"

글로벌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창고에 재고가 쌓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52조원, SK하이닉스는 15조원이 넘는 재고를 보유 중이다.

재고가 늘어나면서 실적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올해 1분기 삼성전자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과 SK하이닉스 모두 조단위 적자가 예상된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삼성전자(005930)의 재고자산은 52조1879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41조3844억원)보다 10조8034억원 늘어난 수치다.

반도체 사업부인 DS부문의 재고가 29조576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지난 2021년 말(16조4551억원)보다 약 12조6025억원이나 증가했다.

이어 가전과 모바일 사업을 맡은 DX부분 재고가 20조1901억원, 디스플레이 부문인 SDC가 2조1661억원, 하만 2조1026억원 등이다.

재고자산이 얼마나 빨리 매출로 이어지는지 보여주는 지표인 재고자산회전율도 2021년말 4.5회에서 지난해 말 4.1회 하락했다. 생산된 제품이 판매로 이어지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늘어난 셈이다.

앞서 고물가·고금리발(發) 글로벌 경기침체로 소비자들이 TV를 비롯한 가전 교체·구입을 미루면서 삼성전자 창고에는 재고가 늘기 시작했다. 특히 주력 제품인 반도체는 '경기 침체→모바일·가전제품 등 소비 위축→반도체 주문 감소 및 재고 증가→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재고 증가는 기업에 부담이다. 제품을 만드는 것보다 판매 속도가 늦어지면서 실적이 둔화될 가능성이 크고 관리 비용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제품 제조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SK하이닉스(000660)도 상황이 비슷하다. 지난해 말 재고자산이 15조6647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말(8조9501억원)보다 6조7146억원 늘어난 수치다.

완성품에 해당하는 제품 및 상품 재고가 1조2819억원에서 3조8421억원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제조 과정 중에 있는 제품인 재공품 재고도 5조8123억원에서 9조942억원으로 3조원 이상 늘었다.

문제는 상황이 더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지난 1월 반도체 재고율은 265.7%로, 1997년 3월(288.7%) 이후 25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실제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1년 전보다 42.5% 급감한 59억6000만 달러에 그쳤다. 반도체 수출 감소는 지난해 8월(―7.8%) 이후 7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말 공급사 재고는 D램 15주, 낸드 플래시 19주로 지난해 말 대비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재고 증가에 올해 1분기 삼성전자 DS부문과 SK하이닉스의 적자 가능성도 커졌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추정치)는 2조266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3.95%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KB증권은 올해 1분기 DS부문의 영업손실이 2조8000억원, 키움증권은 2조6000억원, 현대차증권은 1조9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손실 컨센서스는 2조7758억원으로 더 심각한 상황이다. 키움증권은 3조2000억원, 하이투자증권 2조9000억원, 이베스트투자증권 3조4000억원 영업적자로 추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공급사들이 감산에 나섰지만 재고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며 "하반기는 돼야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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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