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부결 후폭풍
27일 이 대표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을 비롯한 일부 온라인 커뮤티니에는 ‘수박’으로 의심되는 민주당 의원에게 문자를 보낸 뒤 받은 답장을 인증하는 글들이 여럿 올라왔다. 비명계 의원들을 향한 문자테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네티즌 A씨는 “고○○ 의원이 겁주네요. 무섭게”라며 한 의원과의 나눈 문자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해당 대화에서 A씨가 “이번에 수박 인증 제대로 했네요”라는 메시지를 보내자 해당 의원은 “나는 부표 던졌으니 함부로 얘기하면 가만 안 있을 겁니다”라고 답했다.
네티즌 B씨는 민주당 이소영 의원실과 나눈 문자 내용을 올렸다. 이 의원은 지난해 대선 당시 후보였던 이 대표 측 현장 대변인을 맡았으나, 이후 이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를 만류하는 발언을 해 개딸들의 비난 대상이 됐었다.
문자에서 B씨는 “의원님은 부결표를 던지셨나, 가결표를 던지셨나. 의원님도 수박이라 불리는 리스트에 들어가 있더라. 확실한 답을 들려 달라. 민주당원들은 지금 분노하고 있다”고 묻자, 이 의원 측은 “이 의원은 부결에 투표했다”며 “그동안 방송을 통해 검찰수사의 부당함을 여러 차례 강조하신 바 있다”고 해명했다.
이 외에도 이 대표의 강성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30여명의 이탈자는 알아서 자수하라” “수박 즙을 짤 때가 왔다” “이래도 수박들을 안고 갈 건가” “수박들을 응징해야 한다” 등의 분노어린 반응들이 이어졌다. 급기야 ‘수박 명단’까지 나돌고 있다. 이탈표를 던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의원들의 이름을 지역별로 정리해 나열한 자료인데, 개딸들은 이들에 대한 공천을 배제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비명계의 탈당 등을 요구하는 당원들이 몰려 당 홈페이지는 한때 접속이 되지 않기도 했다.
친명계 의원도 이탈표를 겨냥한 비판을 내놨다. 민주당 강경파 초선 의원 모임 ‘처럼회’와 함께 활동 중인 민형배 무소속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체포동의안 통과에 반대하는 ‘부’자를 제대로 쓰지 않은 기표용지 사진을 올리면서 “흘려 쓴 ‘부’자가 원래 자신의 필체가 아니라 의도적인 무효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것이었다면, 그 의원은 제 발로 걸어나가 집을 향하는 게 어떨까”라고 했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은 이날 본회의에서 297명이 표결에 참여한 가운데 찬성 139표, 반대 138표, 기권 9표, 무효 11표로 부결됐다. 민주당 소속 의원 169명 전원이 표결에 참석한 점을 고려하면 최소 31명이 반대표를 던지지 않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민주당의 이탈표가 없었다면 체포동의안에 찬성하는 표의 최대치는 이미 체포동의안 가결 입장을 밝힌 국민의힘(114명), 정의당(6명) 의원 전원에 이 대표 체포동의안 부결을 비판해 온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의 표를 더해 121표로 예상됐다. 실제로는 139표가 나온 만큼 민주당 내에서 나온 ‘찬성’ 18표에 기권(9표), 무효(11표)를 적은 의원 수를 더하면 이탈표 규모는 최대 38표로 늘어난다.
애초 민주당은 지난 21일 의원총회에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켜야 한다는 데 총의를 모으고 표결에 임했다. 이 대표는 의원 전원에게 전화 연락을 하는 등 표 단속에 나섰고, 친명(친이재명)계 지도부는 ‘단일대오’라면서 압도적 부결을 자신했다. 그러나 정작 뚜껑을 열자 10표만 더 이탈했으면 체포동의안이 가결됐을 수 있었던 아슬아슬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지도부와 친명(친이재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선후보 경선 상대였던 이낙연 전 대표 지지세력 등 비명계가 표결을 앞두고 사실상 결집하며 조직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고자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연합뉴스에 “‘이재명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르는 데 대한 불안과 불만들이 있었던 것”이라며 “당으로서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쌍방울 대북 송금이나 백현동 개발 등 이 대표와 관련한 추가 의혹에 대해 재차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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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