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A씨(30대)는 지난해 초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에 입사했다. 대졸 공채 CL2(사원·대리) 직급이다. 그는 지난해 기본 연봉 5300만원 외에 7월과 12월 목표달성장려금(TAI)으로 각각 월 기본급의 100%, 50%(총 568만원)를 받았다. 올 1월에는 초과이익성과급(OPI)으로 연봉의 50%인 2650만원이 한 번에 나왔다. 야근 수당 등을 제외해도 세전 8500만원 이상 번 셈이다.
삼성전자의 2021년 임직원 평균 연봉은 1억4400만원으로 카카오(1억7200만원), SK텔레콤(1억6200만원)에 이어 국내 3위다. 전체 연봉에서 OPI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보수 외에도 자녀의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학비, 본인·배우자·자녀의 의료비(급여 항목) 등을 전액 지원한다.
최근 반도체 시장이 불황에 빠지면서 A씨와 동료들은 앞으로 OPI 지급률이 낮아질 것으로는 본다. OPI는 예상 목표 초과이익의 20% 안에서 연봉의 50%까지 받을 수 있는 삼성전자의 대표적 성과급 제도다. 사업부 성과에 따라 지급률이 다르며, 이듬해 1월 지급되지만 당해연도 급여로 취급한다.
B씨(30대)는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미국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지난해 실리콘밸리에 있는 구글 캠퍼스에 들어갔다. 구글에서는 입사 때 본인이 원하는 직급으로 면접을 볼 수 있다. 매년 매겨지는 평가 등급 및 별도 인터뷰를 거쳐 승진한다. 자동 승진은 없다. B씨는 대리급인 L4로 우리 돈 2억원 이상(보너스 포함) 연봉을 받는다.
B씨는 “일상이 그리 아름답지만은 않다”고 털어놓았다. 그의 표현처럼 ‘살인적인 물가’ 탓에 실소득이 생각보다 적어서다. B씨는 소득의 9% 가까이 소득세를 낸다. 캘리포니아주 소득세 최고세율은 13.3%로 미국에서 가장 높다. 살림살이는 더 큰 부담이다. B씨에 따르면 침실 하나 딸린 소형 아파트 월세가 우리 돈 360만원이다. 밥값은 팁 포함해 한 끼에 25달러(3만2500원) 정도다.
무엇보다 ‘숨 쉬듯 거듭되는’ 구조조정이 스트레스다. B씨는 “얼마 전 다른 팀에서 구조조정이 또 시작됐다”며 “대규모 해고가 곧 추가로 이뤄질 것 같다”고 말했다. 구글은 지난달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전체 임직원의 6%(1만2000여 명)에게 e메일로 해고를 통보했다. 이들에게는 16주치 임금과 6개월간 의료보험 혜택을 제공했다.
삼성전자도 과거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체질 개선을 시도한 적이 있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전체 8만3000명 중 2만7000명을 감축했다. 인사 혁신도 활발히 이뤄졌다. 삼성은 1995년 1월 직급·직군·승격·임금·평가로 구성되는 신(新)인사제도를 도입했고, 99년 점차 확대하다 전면 시행했다. 연봉제와 성과급제, 파격 인센티브 등이 골자다.
송재용·이경묵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2013년 펴낸 저서 『삼성웨이』에서 “삼성이 2000년 미국 휼렛패커드(HP)에서 종업원 이익배분제(PS)를 벤치마킹했는데, 당시 HP의 지급 상한선이 최대 연봉의 20%였다. 삼성은 50%로 정해 파격적이었다”며 “계열사나 사업부 단위로 지급하는 집단성과급은 해당 조직 차원의 선택과 집중을 유도하는 효과를 냈다”고 분석했다. 두 교수는 삼성식 보상 시스템의 특징으로 ▶차별화한 임금 정책 ▶성과와 역량에 대한 파격적 보상 ▶강력한 집단성과급을 꼽았다. 전문가들도 삼성의 성과급 제도와 평가 시스템, 피드백 운영체계 등이 국내 다른 기업보다 월등하다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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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