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딸 600만원은 ‘유죄’, 곽상도 아들 50억원은 ‘무죄’…엇갈린 이유 보니

法 “곽상도 아들, 독립 생계유지”…‘50억 뇌물’ 인정 안 해
조국, 딸이 장학금 받아 경제적 부담 덜어…청탁금지법 유죄
김의겸 “둘이 다른 판결, 대한민국 법조계 민낯 고스란히 드러나”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에 편의를 제공한 대가로 아들을 통해 받은 50억원에 대해 뇌물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뇌물죄가 인정되지 않은 주된 근거는 아들이 이미 독립해 경제적 공동체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는 8일 곽 전 의원의 뇌물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면서 “곽병채(아들)가 화천대유에서 받은 돈과 이익을 곽상도가 직접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없다”고 밝혔다.


뇌물죄는 직무와 관련해 이익을 받거나 받기로 약속한 공무원을 처벌하는 범죄로, 행위자의 신분이 범죄 구성 요건이 되는 ‘신분범’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이번 사건에서는 병채씨가 화천대유에서 받은 돈이 국회의원 신분이었던 곽 전 의원이 받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공무원이 아닌 다른 사람이 금품을 받았더라도 ‘공무원의 사자(使者·타인의 완성된 의사 표시를 전하는 사람) 또는 대리인’으로서 받은 경우, 또는 공무원이 돈을 받은 사람의 생활비를 부담하는 경우라면 뇌물죄가 인정된다.

재판부는 “화천대유가 곽병채에게 지급하기로 한 50억원의 성과급 금액이 사회 통념상 이례적으로 과다하다”며 “곽병채가 곽상도의 사자 또는 대리인으로서 뇌물을 수수한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드는 사정들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곽 전 의원이 국민의힘 부동산투기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이었고 ‘대장동 일당’에게 부당한 이득이 돌아갔는지 조사하는 것 역시 직무와 관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직무 관련성’을 인정하면서 “곽병채가 김만배로부터 받은 돈을 피고인 곽상도가 직접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있다면 이를 뇌물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재판부는 단지 의심만으로 곽 전 의원이 직접 돈을 받은 것과 같게 평가할 순 없다면서 그 이유로 병채씨의 ‘경제적 독립’을 들었다.

재판부는 “곽상도는 성인으로 결혼해 독립적인 생계를 유지해온 곽병채에 대한 법률상 부양 의무를 부담하지 않고 있다”며 “곽병채가 화천대유에서 법인카드, 법인차, 사택을 받거나 5억원을 빌렸다 해서 곽상도가 지출할 비용을 면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병채씨가 화천대유에서 경제적 이익을 받았다고 해서 그만큼 곽 전 의원의 경제적 부담이 줄어드는 건 아니라는 취지다.

검찰은 병채씨가 화천대유에서 돈을 받기 전후로 평소보다 자주 아버지와 통화한 게 수상하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곽상도의 배우자가 건강이 악화해 사망한 뒤 상속재산을 정리하는 문제로 통화 내역이 증가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통화 횟수 증가를 화천대유에서 받은 성과급 운용과 관련짓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곽병채의 급여 수령 계좌에 입금된 성과급 가운데 일부라도 곽상도에게 지급됐거나 곽상도를 위해 사용했다고 볼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이처럼 신분범 사건에서 타인이 받은 돈을 공직자 등이 직접 받은 것과 동일하게 평가할 수 있는지가 유무죄를 가른 사례는 최근에도 있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마성영 김정곤 장용범 부장판사)는 이달 3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가 양산부산대병원장이었던 노환중 부산의료원장으로부터 장학금 명목으로 3차례 총 600만원을 수수한 것은 청탁금지법 위반이라며 조 전 장관에게 유죄 판단을 내린 바 있다.


조 전 장관이 당시 학생이었던 딸의 생활비와 등록금을 부담했던 점, 딸에게 등록금을 송금하면서 장학금 액수만큼을 제외하고 보낸 점 등을 볼 때 딸이 받은 장학금은 조 전 장관이 직접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있다고 봤다.

조 전 장관 측은 600만원의 장학금을 ‘사회 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장학금이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다만 장학금 수수가 직무상 관련성이 없다는 이유로 뇌물수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받았다.


한편 이 같은 판결에 더불어민주당은 “솜방망이로도 때리지 않은 꼴”이라고 비판했다.
김의겸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0억원을 받은 곽상도 전 의원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50억원은 사회 통념상 이례적으로 과다하다’고 밝혔는데 실제 곽 전 의원 아들의 정상적인 퇴직금은 2300만원 정도다. 200배가 훨씬 넘는 액수를 받은 것”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김 대변인은 “그런데도 법원은 ‘50억원이 대가로 건넨 돈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거나 곽 전 의원 아들이 독립적 생계를 유지한다는 이유로 무죄를 내렸다”라며 “사법부에 거는 최소한의 믿음마저 저버린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며칠 전 조국 전 장관 딸의 ‘장학금 600만원’은 뇌물이라고 철퇴를 가한 사법부가 ‘퇴직금 50억원’에 대해서는 솜방망이다. 아니, 솜방망이로도 때리지 않은 꼴”이라며 “국민의 눈높이나 정서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번 판결로 대한민국 법조계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며 “법조계 엘리트라면 50억원쯤 받아도 뒤탈이 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해 보였다. ‘불멸의 신성가족’”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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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