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같았던 독도 바다 밑, 해조 막 뜯어먹는 성게 제거했더니…

바위나 자갈이 깔린 바다 밑바닥에서 해조류가 사라지는 갯녹음. 해조류가 사라진 암반에는 무절 석회조류가 자라면서 하얗게 변하기도 한다.

현재 국내 바다 암반 바닥층 3만8000여 ㏊ 중 1만2700여㏊(33.5%)에서 이런 '사막화 현상'이 확인되고 있다.


특히 동해 한가운데 독도 주변 해역은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 갯녹음이 발생, 해조류 분포와 다양성이 급격히 줄었다.

독도를 비롯한 동해안에서 나타나는 갯녹음은 성게가 해조류를 닥치는 대로 뜯어 먹는 바람에 생긴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했다. 갯녹음을 영어로 'urchin barren(성게 불모지)'라고 하는 이유다.

제주도나 서남해안에서는 지구온난화로 해수 온도가 상승하고, 육지에서 흘러든 오염물질이 갯녹음의 더 큰 원인으로 지목된 것과는 차이가 있다.


성게는 연안 바다에서 해조류를 '파괴적으로' 먹어 치우는 탓에 외국에서도 갯녹음 해변을 복원하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성게 제거 작업을 제안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도 독도 주변 해역에서는 2016년부터 성게 제거 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그렇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한국연안환경생태연구소와 인하대·경희대·국립수산과학원 연구팀은 최근 '해양과학저널(Ocean Science Journal)'에 발표한 논문에서 독도 주변 해역에서 진행된 성게 제거 작업이 해조류 바다 숲을 되살아나는 데 큰 도움을 준 것으로 평가했다.


정부는 2006년 이후 독도 주변 해역 1~10개 지점에서 성게 밀도를 지속해서 측정하고 있다.
2015년부터는 독도 주변 해역 수심 5~20m에서 성게 제거 사업을 시작,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수심 5~20m 이내의 성게를 채집해 심해로 보냈는데, 2018년부터는 망치로 깨뜨려 제거하고 있다.
일부 지점에서는 동시에 무절 석회조류를 제거하는 바다 청소 작업과 해조류 이식 작업도 병행했다.

연구팀은 해양수산부 등이 인터넷에 공개한 자료를 토대로 다시마 목(目) 미역과(科)에 속하는 감태·대황·미역 등 해조류와 둥근성게·보라성게·말똥성게 등 성게 3종의 분포 범위가 시간·공간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수집된 데이터를 성게 제거작업이 본격화하기 전인 2006~2016년과 본격화한 다음인 2016~2020년으로 나눠 시계열 분석을 진행했다.


성게는 봄·여름에는 낮은 밀도를, 겨울에 높은 밀도를 보였는데, 제거 작업으로 인해 성게 밀도가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제거 작업이 없었다면 2016년 이후에도 성게 밀도는 증가했을 것으로 예측됐는데, 실제 관측된 밀도는 이 예측 범위의 68%를 넘지 않았다. 30~40%가량 줄어든 셈이다.

연구팀은 또 2017년 4월과 2020년 5월 독도 주변의 해조류 피복률(덮인 비율)을 비교했다.
전체 피복률 평균값은 21%에 28%로 증가했다.
2017년의 정점 3과 19, 2020년 정점 3과 4를 비교하면, 해조류 피복률이 10%에서 36%로 거의 4배로 증가했다.


연구팀은 한국수산자원공단에서 제시한 기준값, 즉 20%와 40%를 경계로 피복 상태를 3단계로 구분했다.
2017년의 경우 정점의 50%는 20% 이하의 피복률을, 36.7%는 21~40%의 피복률을, 13.3%는 40%가 넘는 피복률을 나타냈다.

2020년에는 40%를 초과한 비율이 12.5%로 약간 줄었지만, 20% 이하의 피복률을 보인 곳은 없었다. 나머지 87.5%는 21~40%의 피복률 범위를 나타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독도 주변 해조류가 복원되기 시작한 정확한 시점은 알 수 없지만, 성게 밀도의 감소와 더불어 해조류의 점진적 확장이 모두 명확하게 관찰됐다"고 강조했다.

암반 청소와 해조류 이식은 좁은 면적에서만 진행됐기 때문에, 해조류가 되살아난 것은 성게 제거 덕분이고, 결국 성게 제거가 갯녹음에 효과적인 처방이라는 게 확인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정된 면적인 독도 해역에서는 성게 제거가 효과적이지만, 동해안 전체로 이를 확대하려면 추가 검토가 필요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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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