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소닉, 주력 원통형 배터리 테슬라 공급
美 현지 완성차업계 선호에 판매 확대
국내 배터리 3사, 상대적 열세…대응 시급
미국 시장을 두고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와 일본과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테슬라에만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해왔던 파나소닉이 미국 시장 확대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특히 공급망 붕괴 등으로 인해 미국의 완성차 기업들이 안정성이 높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원통형 배터리를 선호하면서 상대적으로 열세에 있는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난관이 예상된다.
30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파나소닉은 최근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 고객사를 테슬라에서 포드, GM 등으로 확대하는 경영전략을 세웠다.
단기적으로는 원통형 2170 배터리 생산 확대를 통해 전기차 제조업체인 루시드(Lucid) 등에 공급하고, 중장기 전략으로는 차세대 원통형 4680 배터리를 앞세워 미국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 미 캔자스주에 40억 달러 규모를 투입해 신규 공장 착공에 들어갔다. 이 공장은 2025년 가동 예정이다.
중국 CATL에 이어 세계 2위 원통형 배터리 생산 기업인 파나소닉은 미국 내 원통형 배터리 공급량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캔자스 공장까지 가동을 시작하면 현재 40~50GWh(기가와트시) 수준인 파나소닉의 미국 내 생산능력이 200GWh까지 늘어나게 된다.
파나소닉은 당장 LG에너지솔루션과 테슬라를 두고 경쟁하게 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던 미국 애리조나 배터리 공장 건설을 다시 추진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테슬라와 배터리 공급 협의가 재개됐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테슬라로부터 공급 계약을 따낸다면 애리조나에 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이다.
테슬라와의 배터리 공급 협의는 LG에너지솔루션뿐 아니라 파나소닉과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 모두 원통형 배터리 공급을 두고 협의를 진행 중이며, 지난해 4680 배터리 샘플을 테슬라에 전달한 바 있다.
업계는 파나소닉의 우위를 점치고 있다. 테슬라 입장에서는 2018년까지 10년간 독점 공급사였던 파나소닉이 더 좋은 대상이라는 게 미국 배터리 업계의 시각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주력 제품이 원통형 배터리가 아닌 파우치형 배터리라는 부분도 공급사 선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테슬라뿐 아니라 다른 미국의 완성차 기업들이 파우치형보다 원통형 배터리를 선호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특허권을 가진 기업과의 거래만 허용되는 파우치형과 달리 원통형 배터리는 상대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GM은 LG에너지솔루션과 미 인디애나주에 배터리 합자 공장을 짓기로 계획했으나 양사의 협의가 원만히 진행되지 않음에 따라 최근 이를 보류하기로 했다. 미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GM은 해당 사업계획을 두고 파나소닉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 향후 출시될 전기차 모델에 LG에너지솔루션이 특허권을 가진 파우치형 배터리가 아닌 원통형 배터리를 탑재하겠다는 구상이다.
SK온과 협력관계인 포드 역시 공급망 이슈 등을 고려해 원통형 배터리를 사용하는 전기차 생산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공급망 이슈를 겪으면서 많은 완성차 기업이 CATL과 파나소닉의 원통형 배터리를 선택하기 시작했다”며 “중국을 배제하는 미국 시장에서 파나소닉이 원통형 배터리 분야에서 독주를 시작한다면 우리 기업들이 이를 탈환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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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