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난방비 폭탄' 논란을 계기로 신속히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야 모두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이어 당권주자인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까지 추경을 주장하고 나섰다.
추경 편성의 열쇠를 쥔 재정당국이 완강한 반대의 뜻을 나타낸 지 3일 만이다. 정부의 대책이 집중된 취약계층 뿐 아니라 중산층의 민심 동요도 심상치 않다는 인식에서다.
조경태 의원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추위에 떨고 있는 국민에게 따뜻한 보호막이 되도록 '긴급 난방비 지원 추경'을 즉각 편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이 듣고 싶은 답은 남 탓이나 어쩔 수 없다는 변명이 아니"라며 "최소한 국민이 추위에 떨지 않게 하겠다는 확신의 답변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조경태 안은 전가구에 3개월간 10만원씩 지급하는 방안을 골자로 한다. 전국 전체 2144만 가구에 이같은 방식으로 모두 30만원씩 지급하면 산술적으로 총 6조4320억원이 소요된다.
조 의원이 이날 "195조5000억원의 3.3%인 6조4000억원만 해도 전 국민에게 난방비를 지원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도 이런 셈법을 근거로 한다. 정부는 코로나19(COVID-19)가 기승을 부린 2020년 후 8차례에 걸쳐 195조5000억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했다.
여야 모두에서 추경 주장이 나오는 것은 정부의 대책이 취약계층에만 집중돼 중산층의 불만을 누그러뜨리는 데 별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정부는 취약계층 117만6000가구에 대해 올해 겨울 한시적으로 지원금을 15만2000원에서 30만4000원으로 2배 인상하기로 했다. 또 가스공사의 사회적 배려 대상자 160만 가구에 대한 요금 할인폭 역시 2배 확대키로 했다.
이에 대해 조경태 의원은 이날 "정부는 2144만 가구 중 277만 가구에 대해서만 난방비를 지원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긴급 대책으로 편성된 대상이 아니라 평상시에도 지원하던 대상에게 금액만 늘리겠다는 것"이라며 "여전히 현 상황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는 대책"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당분간 정치권의 난방비 추경 요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추경 편성의 열쇠를 쥔 재정당국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달 26일 "추경과 관련 현재로서는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640조원에 가까운 본예산을 통과시킨 게 엊그제이고 집행을 이제 막 시작했는데 추경을 한다는 것은 재정운용의 ABC, 기본에도 맞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헌법 56조에 따르면 정부는 예산에 변경을 가할 필요가 있을 때 추경안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할 수 있다. 또 57조에는 국회는 정부의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예산 각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고 명시됐다.
<저작권자 ⓒ 매일한국,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