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 측, 고의 지연 조사 항의도
검찰 "결재문서 토대 조사" 반박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3부(부장 엄희준·강백신)는 이날 오전 10시30분쯤부터 이 대표를 공직자의이해충돌방지법(옛 부패방지법) 위반과 배임 혐의로 조사했다. 검찰이 당초 오전 9시 30분 출석을 요구했으나 이 대표는 자신이 밝힌 오전 10시 30분쯤 출석했다.
차담(티타임) 없이 시작된 이 대표에 대한 신문은 반부패1부 정일권 부부장과 반부패3부 남대주 부부장검사가 영상녹화실인 601호에서 진행했다. 이 대표 측에선 법무법인 가로수의 김필성 변호사가 입회했다.
검찰은 이날 A4용지 100쪽이 넘는 분량의 질문지를 준비, 이 대표 혐의 조사에 나섰다. 그러나 이 대표는 대부분의 질문에 구체적 답변 대신 준비해온 33쪽 분량의 서면 진술서로 갈음했다.
오전 조사는 대장동 사업의 '시험판' 격인 2013년 위례신도시 사업 과정에 집중됐다. 성남시 측 내부 정보 유출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가 책임 범위에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검찰은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당시 성남시 정책비서관(전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사업 추진 일정과 공모일정 등을 남욱 등 민간업자에게 알려주는 특혜를 제공했다고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 전 실장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으로부터 남욱 변호사 등 민간업자를 사업자로 내정해주는 대신 성남시장 재선을 위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보고를 받았고, 이 대표는 이를 알고도 묵인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정 전 실장은 비밀정보 유출을 통해 민간업자에게 수백억 원대 재산상 이익을 준 혐의(옛 부패방지법) 등으로 지난달 구속기소됐다. 이 대표 측은 "대장동 일당이 관여한 사실을 몰랐고, 유동규가 저지른 불법행위를 제게 보고한다는 것도 상식 밖"이라는 입장이다.
오후에는 대장동 사업과 관련한 본격적인 조사가 이뤄졌다. 검찰은 이 대표가 대장동 사업에서도 측근들과 유착관계이던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등 대장동 일당을 사업자 공모 공고 전부터 사업자로 내정하고, 이들에게 사업 방식과 일정 등 업무상 비밀을 유출한 혐의(공직자의이해충돌법 위반)가 있다고 본다.
이 대표는 "유동규가 그들과 결탁해 비밀정보를 제공했는지 저로선 알 수 없고, 유동규가 저지른 범죄를 제게 알릴 필요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대장동 일당이 사업자 공모에서 하나은행 컨소시엄의 특정금전신탁에 숨어 있었던 사실은 이 사건이 문제되고 알았다"며 "제가 모르는 이들을 위해 형사처벌을 무릅쓴 채 비밀을 유출하거나 보고받고 승인했다는 것은 상식에 반한다"고 부연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대장동 시행사 성남의뜰에서 공사 측이 50%+1주 지분을 보유하고도 확정이익 1,822억 원만 받고, 마땅히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이익을 7% 지분만 있던 대장동 일당에게 몰아주는 사업구조를 승인해 성남시 측에 손해를 끼친 배임 혐의 규명에도 주력해왔다. 이 대표는 이에 대해 "투기세력 이익을 위해 시에 손실을 입힌 게 아니라 민간업자에게 1,120억 원을 추가 부담시켜 그들에게 손실을 입히고 시와 공사의 이익을 더 확보했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신문은 오후 9시쯤 종료됐다. 이 대표가 심야조사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검찰 신문은 멈췄고, 이 대표는 피의자 신문조서 열람을 시작했다. 검찰은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며 2차 출석조사를 요구했다.
이 대표 측은 조사 중에 검찰이 의도적으로 지연 작전을 폈다고 항의하기도 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검찰이 반복적인 질의와 자료제시, 의견에 대한 의견을 묻는 행위, 자료를 낭독하는 행위 등이 밤9시까지 계속됐다"며 "이 대표 측 항의에도 고의 지연 작전을 편 검찰은 추가조사를 위한 전략으로 피의자 인권을 짓밟는, 현대사에 볼 수 없던 행태"라고 말했다.
검찰은 "수사팀은 지연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장기간 진행된 사업의 비리 의혹 사건으로서 조사 범위와 분량이 상당히 많고 최종 결재권자에게 보고되고 결재된 자료를 토대로 상세히 조사를 진행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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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