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공수처장 '울컥 시무식'…찬송가 부르다 꺽꺽 울었다

▲ 지난해 9월 27일 오전 김진욱 공수처장이 출근하고 있다. 2021년 1월 초대 공수처장으로 부임한 김 처장은 2024년 1월 임기가 끝난다. 뉴스1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최근 시무식(始務式)에서 찬송가를 부르고 눈물을 흘렸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김 처장은 2021년 1월 공수처 출범과 동시에 초대 처장으로 부임한 뒤 2년가량 동안 조직의 기틀을 잡는 과정에서 온갖 논란에 휩싸이며 속앓이를 했다. 수사력이 떨어지고 정치적으로 편향된 게 아니냐는 비판이 계속돼 왔다. 김 처장의 임기는 내년 1월 끝난다.

김진욱, 왜 나치에 처형당한 본회퍼 목사 시·노래 소개했나

4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진욱 처장은 지난 2일 시무식을 열고 발언을 하던 도중 고(故) 디트리히 본회퍼 목사의 시「선한 능력으로」를 소개했다. 본회퍼 목사는 독일 히틀러 정권 아래서 반(反)나치 운동을 펼친 인물로, 히틀러 암살계획을 세웠다가 실패한 뒤 1945년 처형당했다.


본회퍼 목사가 처형되기 직전 옥중에서 쓴 시가 바로「선한 능력으로」다. 시의 초반부에는 “선한 능력에 언제나 고요하게 둘러싸여서 보호받고 위로받는 이 놀라움 속에 여러분과 함께 오늘을 살기 원하고 그리고 여러분들과 함께 새로운 한해를 맞이하길 원합니다”라는 구절이 있다.


김진욱 처장은 이어 시를 기반으로 한 찬송가
「주 선한 능력으로」를 불렀다. 독일 음악가 지그프리트 피에츠가 만든 곡이다. 김 처장은 노래를 부르다 꺽꺽 소리를 내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 모습을 지켜본 공수처 구성원 대부분은 “깜짝 놀랐다”는 반응이다. 김 처장을 우호적으로 바라보는 쪽에선 시무식이 끝나고 응원하는 내용의 e메일을 잇따라 김 처장에게 전송했다고 한다. 반면 “종교가 없거나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이 보기엔 부담스럽다”는 반발도 나왔다. 일각에선 “공수처 폐지를 추진하는 윤석열 정권과 공수처의 경쟁 수사기관인 검찰을 나치에 비유한 게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됐다.

공수처 “임기 마지막 해…단합·정의 강조하다 울컥한 듯”

김 처장은 구체적인 배경을 묻는 중앙일보 취재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대신 공수처 대변인실 관계자는 “김 처장이 올해가 임기 마지막 해인데, 구성원들에게 단합된 마음이나 정의로운 마음을 강조하다 울컥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그동안 핍박을 받아서 울부짖은 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 처장은 시무식 다음 날인 3일 정례 브리핑 자리에서 “전선 열두 척으로 적과 싸운 이순신 장군의 정신으로 일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발표한 신년사에선 “국민 눈에 다소 굼뜨게 보일 수 있으나 소처럼 뚝심 있게 꾸준히 일하면서 호랑이처럼 집요하게 정의 구현이라는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라며 “머지 않은 장래에 국민의 기대를 발판으로 도약할 날이 오리라 믿는다”라고 강조했다. 공수처는 이달 19일 신년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새해 비전을 밝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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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