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 뚫고 ‘딩동’… “배송기사가 산타였네” 감사 댓글 봇물

폭설 등 기상 악화로 빙판길 체증
배송 지연에 고객센터 재촉 이중고
“양해 바란다” 택배기사 온라인 글
“덕분에 아이 키워요” 응원 댓글
“날씨 안 좋을 땐 업체 지연 공지
웃돈 주고 위험한 배송 안 돼” 지적

“날씨가 추우면 배달 일은 당연히 어렵죠. 그래도 이미 배달을 시작한 뒤라면 어떻게든 완료하고 있습니다.”


25일 서울 용산구에서 만난 배송기사 이모(59)씨는 영하의 날씨와 얼어붙은 도로 위로 배달에 나선 고충을 전하며 이렇게 말했다. 패딩과 목도리, 장갑 등으로 온몸을 꽁꽁 싸맸지만, 오토바이를 타는 동안 찬 공기에 부딪힌 이씨의 얼굴은 붉어져 있었다.

크리스마스로 가족·친지들과 연말연시 분위기를 즐기는 이날 배송기사들은 도로를 누비며 시민들에게 필요한 물건이나 음식을 전달하고 있다. 열악한 도로 사정에도 배송에 나서는 이들에게 시민들은 “산타가 없다더니 여기 있다”며 감사를 표하고 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최근 한파에 폭설까지 겹치면서 배송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글이 화제가 됐다.
자신을 택배 배송기사라고 소개한 게시글 작성자는 “최악의 기상 이슈로 너무 힘들다”며 “배송 마감시간만 되면 고객센터에서 배송 중이냐고, 몇 시쯤 배송되느냐고 불이 나게 전화 온다. 이런 날은 솔직히 늦어도 이해해달라”고 토로했다. 이어 “배송한 곳보다 가야 할 곳이 더 많은데 차는 자꾸 고립되고 시간은 흐르고. 넘어지는 건 기본, 이미 운동화는 눈에 파묻혀 얼어붙었고 종아리까지 쌓인 눈에 다리 감각도 없다. 그냥 무사히 퇴근하길 바랄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시민들은 댓글을 통해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배송기사 아니었으면 아이를 못 키웠어요”, “배송기사님들 덕분에 이렇게 폭설이 내리는 코로나19 격리 중에도 안 굶고 잘 먹고 버틸 수 있었어요. 정말 감사합니다”라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또 “안전 배송이 우선이에요. 다치지 말고 천천히 배달해주세요”라며 걱정하기도 했다.


용산에서 만난 다른 배달기사 조모(38)씨는 “배달을 하는 이들치고 크고 작은 사고 안 당한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만큼 책임감을 갖고 일한다”면서도 “일부에선 비하의 단어로 부르는 등 직업에 대한 시각이 그리 좋지 않아 속상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배달 일을 부업으로 하는 기사들은 날씨가 너무 안 좋을 때는 배달을 하지 않기도 한다. 두 달 전 부업으로 배달을 시작했다는 김모(51)씨는 “날씨가 추우면 수당을 더 주긴 한다. 오늘은 건당 3000원을 더 준다고 해서 나왔다”면서도 “본업이 아니다 보니 눈이 너무 많이 오거나 날이 너무 추울 때는 배달 일을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배송업체가 나서서 고객들에 양해를 구하고 기사들의 안전을 챙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시민은 “폭설 내린 지역은 단 며칠만이라도 배송 지연되도록 해줬으면 좋겠다. 급하게 주문한 사람 마음도 알지만 배송기사 입장도 어느 정도 이해하며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상이 나쁠 때는 배송 시키지 말아야겠다”며 자발적으로 배송 주문을 자제하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실제로 지난 21일 이후 폭설과 한파가 이어지며 택배업체 및 배달 플랫폼에서 배송 지연이 발생하고 있다. 일부 택배업체들은 1∼2일 배송 지연을 통지하고 있고, 당일 1∼2시간 이내에 배달을 완료해야 하는 배달 플랫폼들은 아예 ‘배달 불가’를 결정하기도 했다.
배달만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이들이 무리해서 일하지 않도록 도울 안전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종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지부 정책국장은 “폭설이 내리면 라이더도 쉬어야 하는데, 쉬면 돈을 벌 수 없으니 위험한 것을 알면서도 ‘생명수당’처럼 웃돈을 받고 일하는 라이더들이 있다”면서 “기상 문제로 쉬었을 때 라이더의 소득을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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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