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국민의힘 당대표가 19일 “모든 정치인이 당선 됐을 때 만큼 민심을 두려워하면 부침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날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원 100%’ 룰 개정안을 발표한 데 따른 우려를 나타낸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오후 9시쯤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페이스북에 “12월 19일은 나를 비롯한 정치권에 있는 인사를 제외하고는 기억도 못하겠지만 보수에게 있어 중요한 기념일이다”라면서 “보수정당의 두 대통령이 당선된 날”이라고 전했다.

그는 “지금 시간쯤이면 개표가 시작되었고, 잠시 뒤면 우리를 선택해준 감사하고도 두려운 민심에 놀라고, 그보다 조금 있으면 대통령 당선인이 민심을 잘 받들겠다고 승리선언을 하곤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두 대통령의 그 시절 모습을 떠올리고 그들의 치세를 보면 격세지감과 함께 기시감이 든다. 모든 정치인이 당선되었을 때만큼 민심을 두려워하면 부침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표가 언급한 ‘보수정당의 두 대통령’은 이명박(2007년 12월 19일)·박근혜(2012년 12월 19일) 전 대통령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 전 대표의 메세지가 ‘당원 100%’ 전당대회 룰 개정안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담았다고 보고 있다.

앞서 이날 오전 비대위는 차기 전당대회 룰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30%가 반영되던 국민 여론조사 결과가 사라지고 당원 투표 100%로 당대표가 선출된다. 이를 두고 일부 당내 인사들은 이번 개정이 사실상 친윤(親尹)계 의원을 밀어주기 위한 것이라며 지적하고 나섰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2024년 4월에 또 이럴 건가. 그때 국민의 뜻을 존중하겠다고 읍소한들 한 번 배신당한 국민이 돌아오겠나”라며 국회의원들이 무릎을 꿇고 국민에 호소하는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한편, 지난 7월 당내 징계 이후 좀처럼 공개 행보를 보이지 않던 이 전 대표는 오는 22일 고려대 특별강연을 통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이날 강연은 ‘보수주의의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2시간 동안 진행된다. 이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메모지(포스트잇)에 학생들의 질문을 받고 직접 답변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