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피살’ 문 전 대통령 조사…검찰, ‘이미 내부종결’ 관측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이번주 초 조사 방침
서훈 초고속 기소엔 ‘구속적부심 청구 우려’ 뒷말

▲ 문재인 전 대통령 재임시기인 2017년 청와대 춘추관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및 서훈 국정원장 후보자, 임종석 비서실장 인선을 발표하는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을 구속 6일 만에 기소하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 조사는 이미 내부 종결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서해 사건 관련 국가정보원 첩보 삭제·수정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이번주 초 박지원 전 국정원장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 이희동)는 지난 9일 서훈 전 실장을 서해 사건 은폐 및 자진 월북 판단과 관련한 부분만 먼저 떼어 전격 기소했다. 전직 대통령이었던 박근혜씨 구속 전 피의자심문 때보다 길었던 10시간10분 공방 끝에 어렵게 판사로부터 구속수사 필요성을 인정받았는데, 불과 6일 만에 핵심 혐의와 관련한 기소 절차를 마무리한 셈이다.


검찰은 이미 구속영장 청구 단계부터 서 전 실장을 이 사건 “최종 책임자”로 규정해 왔다. 문 전 대통령에게 사건 진행 결과를 즉각적으로 보고하지 않는 등 검찰이 ‘은폐’로 판단한 일련의 행위를 서 전 실장이 주도했다는 것이다. 서 전 실장 조사 과정에서도 문 전 대통령과의 관련성 여부는 의미 있는 수준으로 다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11일 “수사를 완전히 끝내지 않아 조사 여지는 남겨둔 것 같다”면서도 “수사팀이 문 전 대통령까지는 올라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이 구속수사까지 했던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은 지난 9일 기소에서 일단 빠졌는데, 서 전 장관은 서욱 전 실장 지시에 따라 첩보를 삭제·수정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이 사건 혐의는 문 전 대통령과 직접 연결되는 부분이 없다.

그런데도 검찰은 전직 대통령 조사 가능성에 대해서는 명확한 선을 긋지 않은 채 줄곧 애매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가능성을 계속 열어둬야 서 전 실장의 다른 혐의와 박 전 원장 등 전 정권 관련자 조사가 좀 더 수월할 수 있다는 정무적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검찰이 서 전 실장의 구속기간(최대 20일)을 꽉 채우지 않고 6일 만에 초고속 기소한 점을 두고 여러 뒷말이 나온다. 자진 월북 판단 과정을 밝히는 것이 핵심 수사 대상인데, 불과 6일 동안 세차례 불러 조사한 뒤 해당 수사를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구속수사 필요성에 대한 검찰과 법원 판단의 적절성을 두고 논란이 일 수 있는 대목이다.

서 전 실장 쪽은 기소 당일 “검찰의 전격 기소는 구속적부심을 청구할 경우 법원이 석방 결정할 것을 우려한 처사”라며 비판한 바 있다. 앞서 서욱 전 장관과 김홍희 전 해경청장이 이 사건으로 구속됐으나 법원의 구속적부심을 통해 풀려났다. 서훈 전 실장까지 구속적부심으로 풀려나게 되면 공소유지 등에 부담이 생길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직 검찰간부는 “구속기간을 연장하지 않고 (1차 구속기간이 끝날 때) 기소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번 경우는 구속적부심으로 풀려난 전례 등을 고려해 빠르게 기소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한국,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