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핼러윈축제 10만명 인파 몰려
해밀톤호텔 골목 일대서 압사 사고
153명 사망…중상 많아 희생 더 늘 듯
사고는 일순간에 발생했다. 그날 밤 10시 15분께 소방당국에 이태원동 해밀턴호텔 옆 골목 일대에서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태원동에서 사람 10여 명이 쓰러졌다'는 신고였다. 이후 1시간 동안 사람들이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한다는 신고가 100건 가까이 들어왔다. 사고 직후 구조가 이뤄졌지만 골든타임을 놓치며 153명이 숨지는 등 25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소방서 코앞인데…뒤엉킨 인파에 구조 늦어져
30일 행정안전부와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30분 기준 이번 참사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153명, 부상자는 103명이다. 2014년 304명이 희생된 세월호 참사 이후 가장 많은 사상자 수다.
숨진 피해자 상당수는 10~20대로, 여성이 많았다. 희생자 가운데 20명은 외국인이다. 국적은 중국·이란·우즈베키스탄·노르웨이 등으로 파악됐다.
사상자들은 이태원 인근 순천향서울병원을 비롯해 국립중앙의료원, 이대목동병원, 강북삼성병원, 서울성모병원, 중앙대병원, 서울대병원, 고대안암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경기 명지병원 등 수도권 59개 병원으로 옮겨진 상태다. 부상자 가운데 크게 다친 사람도 24명 있어 추가 희생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태원소방서에서 사고 현장까지 거리는 100m에 불과하지만 구조에 애를 먹으면서 피해가 커졌다. 사고 당시 좁고 가파른 거리에 너무 많은 사람이 몰린 탓에 출동한 소방대원과 경찰이 사고 현장으로 신속하게 이동하기 어려웠다.
참사가 발생한 장소는 이태원 중심부인 해밀톤호텔 뒤편 세계음식거리에서 이태원역 1번 출구가 있는 대로로 내려오는 매우 좁은 골목길이다. 길이는 45m에 폭은 4m로, 넓이로 계산하면 55평 남짓에 불과하다. 번화가와 대로변을 잇는 골목이다 보니 평소에도 세계음식거리 쪽에서 내려오는 사람들과 이태원역에서 올라가려는 인파로 북적인다. 여기에 길 한쪽은 해밀톤호텔 외벽이어서 이 길에 갇히면 피할 곳이 없다.
실제 참사가 벌어지기 전엔 자발적으로 우측통행이 이뤄졌지만 어느 순간 사람이 몰리면서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빚어졌다고 참사 목격자들은 말한다. 여기에 서로 밀고 밀치면서 깔리는 사람이 나오기 시작했고 넘어진 사람들이 뒤엉키고 겹겹이 쌓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구조대가 곧바로 사고 현장에 들어갈 수 없었고, 심정지 환자를 살리는 데 필요한 심폐소생술(CPR) '골든타임 4분'도 지키기 어려웠다. 소방당국은 29일 밤 10시 43분 대응 1단계를 발령한 데 이어 11시 50분 대응 3단계로 발령하며 구조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참사를 막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중대본 구성…용산구 특별재난지역 선포
정부는 30일 오전 2시 30분쯤 윤석열 대통령 주재 회의 직후에 한덕수 국무총리를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설치하고 대응에 돌입했다. 현재 각 부처는 수습본부를, 서울시는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해 사고를 수습 중이다.
대통령 지시에 따라 이날부터 11월 5일 자정까지를 국가애도기간으로 지정했다. 이 기간 모든 공공기관과 재외공관은 조기를 게양하고, 공무원·공공기관 직원들은 애도를 표하는 리본을 단다.
서울시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하고, 용산구는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 이번 참사의 사망자 장례비와 부상자 치료비 등을 지원한다. 보건복지부와 서울시는 장례지원팀을 가동해 장례를 돕는다. 국가트라우마센터에 이태원 사고 심리지원팀을 만들어 사상자와 가족 심리 치료에도 나선다.
외국인 사상자도 지원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재외공관과 적극적으로 협의해 지원에 부족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경찰과 검찰도 사고를 수습하고 참사 원인을 조사할 수사·대책본부를 구성했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용산경찰서에 475명이 참여하는 수사본부를 꾸리고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다. 앞서 경찰청 차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경찰재난대책본부도 운영에 들어갔다. 대검찰청은 사고대책본부와 비상대책반을 구성해 이번 사건에 대응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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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