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별 화성을 불모지로 만든 건 '수소 먹는 미생물'

미·프랑스 공동 연구 발표

▲ 37억년 전 화성의 상상도. 바다가 넓게 분포해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공
고대 화성에서 번성한 미생물이 화성을 불모지로 만들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수십억년 전 화성은 지구와 별 차이가 없는 곳이었지만, 대기에서 수소를 들이마신 미생물이 추위를 불러오면서 재앙이 찾아왔다는 주장이다.

미국과 프랑스 과학자들로 구성된 공동 연구진은 11일 고대 화성에서 번식했던 미생물이 수소를 마시고 메탄가스를 뱉어내면서 화성의 환경이 춥고 황폐한 모습으로 바뀌었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애스트로노미’ 최신호에 실렸다.


현재 화성은 표면에서 액체 상태의 물을 찾을 수 없다. 행성 전체의 겉모습은 완전한 황무지다. 동식물을 포함해서 미생물도 발견된 적이 없다.

하지만 과학계에 따르면 37억년 전에는 상황이 달랐다. 화성도 당시 지구처럼 풍부한 물이 있었다. 현재의 지구보다는 좁지만 바다가 있었던 것으로 과학계는 보고 있다. 그런 상태가 꾸준히 이어졌다면 화성도 지구처럼 생물이 번성하는 행성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았다.

연구진은 그 이유를 찾기 위해 고대 지구에 존재했던, 수소를 마시는 미생물에 주목했다. 이런 미생물이 화성에도 존재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를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살펴봤다.

분석 결과, 수소를 마시는 미생물의 존재가 화성을 지금처럼 황폐한 곳으로 만드는 결정타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이 나왔다.

수소를 먹은 미생물은 이후 메탄을 뱉어내는데, 메탄의 온난화 능력이 수소보다 못했기 때문이었다. 화성 대기에서 수소를 마시고 메탄을 배출하는 미생물이 번성하자 화성이 추워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구와 비교할 때 태양과의 거리가 1.5배에 이르러 따뜻한 담요, 즉 효과 좋은 온실가스가 꼭 필요했던 화성에 대기 중 메탄 확산은 강추위의 도래를 의미했다.

실제로 37억년 전 화성은 영하 10도에서 영상 20도 사이였다. 비교적 쾌적한 기온이다. 하지만 미생물의 영향을 받은 화성이 점차 추워지면서 현재 화성의 평균 기온은 영하 63도에 달한다.

연구진은 지금 같은 추위에서도 살아남으려면 화성 미생물은 대략 지하 1㎞ 깊이까지 내려갔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을 이끈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생태·진화 생물학과의 보리스 새터리 교수는 “생명체를 만들 수 있는 조건은 우주 어디에나 있다”며 “하지만 행성 표면에서 생명체가 꾸준히 거주할 수 있는 조건이 유지되는 일은 쉬운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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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