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車 값 깎아달라" 파업 나선 기아 노조

▲ 기아차 화성공장에서 생산라인
기아 노조가 역대 최고 수준의 임금 인상안을 제시받고도 13일부터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11일 밝혔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 우려와 한국산 전기차에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는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시행 등 대외 위기가 중첩되는 가운데 기아는 생산 차질이라는 악재까지 직면하게 됐다.

기아 노조는 이날 오후 중앙쟁의대책위를 열어 13일 2시간, 14일 4시간 파업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70여 명의 참석자(대의원) 전원이 파업에 찬성표를 던진 결과다. 노조는 향후 특근은 모두 거부하고 25일 다시 파업 지속 여부를 논의키로 했다.


이번 파업 원인은 ‘평생 사원증’으로 불리는 기아의 퇴직자 할인에 대한 노사 입장 차다. 기아는 25년 이상 근무한 퇴직자에게 2년 주기로 신차를 30% 싸게 할 수 있는 혜택을 평생 제공하고 있다. 기아 사측은 이번에 기존 혜택을 축소하자고 제안했다. 신차를 싸게 살 수 있는 주기를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고, 평생 할인 대신 만 75세까지로 조정하자는 내용이다. 대신 월 9만8000원 기본급 인상과 성과급(300%+550만원), 59세 근로자 기본급의 90%를 주던 60세(정년) 임금을 95%로 올리는 등 높은 임금 인상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기아 노조는 퇴직자 복지 제도 축소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맞섰고 결국 협상이 부결됐다.

퇴직자 복지가 재직자 임단협을 좌우하는 황당한 상황은 기아의 역피라미드 인력 구조에서 비롯된다. 기아는 지난해 기준 50세 이상 재직자가 1만8874명으로 절반이 넘는다. 전체 3만4104명 근로자의 평균 근속 연수는 22년 2개월에 이른다. 다수인 고참 사원들이 조만간 자신이 누리게 될 퇴직자 복지를 더 중시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불만이 가중되며 노노(勞勞)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완성차 업계에선 ‘평생 30% 할인’은 지나친 혜택이라는 지적이 많다. 실제 수입차는 물론 한국 GM, 르노코리아자동차는 이 같은 퇴직자 할인제도가 없다. 쌍용차도 퇴직자 할인 혜택은 퇴직 후 1~2년까지만 제공한다. 기아의 경우 매출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비율은 80%가량이다. 5000만원짜리 차를 팔 때 4000만원가량이 원가란 뜻이다. 퇴직자들이 2년마다 3500만원에 차량을 구입하면서 쌓이는 회사의 손해는 결국 소비자 가격에 전가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항구 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인플레 감축법, 반도체 수급난 등 악재 속에서 차량 생산 감소는 기업에 큰 타격”이라며 “파업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양측이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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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