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기위축에 실적 곤두박질···미·중 싸움에 韓 반도체 멍든다

삼성전자, TSMC에 1위자리 내어줄 듯
국내기업 주력 메모리반도체 업황 악화
美,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도치도 타격

국내 반도체 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 실적 부진으로 최근 1년 동안 수성해온 '반도체 매출 글로벌 1위' 자리를 대만 TSMC에 내줄 것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게다가 세계적인 경기 위축 우려가 커지면서 반도체 업황은 하향곡선이 예상되고 있고, 미국과 중국이 반도체 분야에서 점점 더 치열하게 분쟁을 벌이면서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흔들리고 있다.

10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대만의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TSMC는 3분기 매출 6131억4300만 대만달러(약 27조5423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3분기 삼성전자의 반도체 매출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 7일 3분기 전체적인 잠정 매출만 공개했고 반도체 부문은 따로 발표하지 않았다. 그러나 국내 금융투자사 리서치센터 등은 삼성의 반도체 매출이 최대 25조5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4분기 연속 반도체 매출에서 글로벌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3분기 삼성전자의 실적이 부진한 결과 TSMC가 왕좌를 차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이 주력하고 있는 메모리반도체의 업황이 악화된 탓이다. 올해 2분기부터 글로벌 주요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PC·스마트폰·가전제품 등 전방 산업에서 수요가 줄면서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아울러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도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흔들고 있다. 미국 정부는 7일(현지시간) 고강도의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를 공식 발표했다.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장비의 중국 판매를 사실상 전면 제한했으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중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을 소유한 국내 기업의 경우 개별 심사를 거쳐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서 각각 낸드플래시 생산 공장과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공장을 운영 중인 삼성전자와 우시 D램 공장, 충칭 후공정 공장, 다롄 낸드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심사에 대한 리스크가 발생한 셈이다. 로이터 등 외신에서는 심사가 허가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으나 심사 절차 등으로 생산에 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이번 미국의 조치로 무시할 수 없는 규모인 중국의 반도체 시장이 위축될 경우 가까운 국내 기업들이 먼저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대외 악재가 늘어나고 있어 국내 반도체 기업의 경쟁력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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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