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무역적자 38억달러…에너지값 폭등 여파 이어져
수출 늘었지만 증가세 둔화…반도체 2개월 연속 감소
한국이 국제 에너지값 폭등 여파에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6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가스·석탄 등 주요 에너지원 가격은 여전히 고공 행진 중이고, 반도체를 비롯한 수출 역시 둔화 조짐이어서 당분간 적자 늪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관세청과 산업통상자원부는 9월 수출입실적(통관기준) 잠정 집계 결과 수출액 575억달러, 수입액 612억달러로 무역수지가 38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고 1일 밝혔다.
25년 만의 6개월 연속 무역적자다. 한국이 6개월 이상 무역적자를 기록한 것은 외환위기 직전인 1995년 1월부터 1997년 5월까지 53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한 이후 처음이다.
1~9월 누적 무역적자도 289억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미 1996년 기록한 사상 최대치 206억달러를 훌찍 뛰어넘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달 말 15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올해 무역적자 전망 평균치(292억달러)의 턱밑에 이르렀다. 현 국제 에너지값 상황을 고려하면 연내 300억달러 돌파도 시간문제다.
지난해 말 시작한 국제 에너지값 폭등 여파가 여전한 모습이다. 수출액은 575억달러로 지난해보다 2.8% 늘었다. 그러나 수입액 증가율(18.6%) 이를 웃돌며 무역적자를 면치 못했다. 특히 3대 에너지원인 원유·가스·석탄 수입액은 179억달러로 지난해(99억달러)보다 81.2% 늘었다.
한때 배럴당 120달러에 육박했던 원유 가격은 80달러대로 내렸다. 전월 95억달러에 육박하던 무역적자가 38억달러까지 줄어든 요인이다. 그러나 러시아가 유럽 천연가스관을 끊으며 가스 현물가격이 연초대비 5~6배 폭등한 여파다. 겨울철 도시가스 난방 수요와 맞물려 수급 차질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발전 원료인 석탄 가격도 연초보다 5배 남짓 오른 상태다.
여기에 1440달러까지 치솟은 원·달러 환율 역시 무역적자를 심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환율은 원래 달러 기준으로 집계하는 무역수지에 직접 영향을 주지 않거나 오히려 수출기업의 원화 기준 수익성을 키우는 역할을 해 왔으나, 현재는 에너지값 급등세와 맞물려 수출기업의 부담을 극대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달러를 비롯한 모든 화폐가치가 약세를 보이며 수출 경쟁력에도 긍정적 영향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에너지값 폭등을 만회해 오던 수출 역시 9월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며 23개월 연속 증가세를 유지했으나 증가세는 크게 둔화했다. 9월에도 2.8% 증가하기는 했으나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0.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업종별로 석유제품 수출액은 국제유가 상승에 힘입어 52.7% 늘었으나, 한국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 수출은 9월에도 5.7% 줄며 2개월 연속 감소 흐름을 이어갔다. 최대 수출 대상국인 대(對)중국 수출액도 6.5%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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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