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미싱인줄.."포스코 침수 복구 일당 125만원 급구"

9일 오후 포항시민 등에 의문의 휴대전화 메시지
'태풍 피해 제철소 전기설비 복구, 일당 125만원'
수신자, 최근 태풍 스미싱 문자 기승에 사기 의심
'확인 결과 사실' 계기로 실제 상황 더 심각 관측

▲ 9일 포항시민 등에게 수신된 '포스코 태풍 피해 설비 복구 전기설비 기술자 구인'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사진= 독자 제공)
지난 6일 포항을 덮친 태풍 '힌남노'에 회사 고로 2·3·4호기 가동 중단, 열연공장 화재 발생 등 창사 52년 사상 최대의 위기를 맞은 포스코 포항제철소 조업 중단 사태에 난데 없는 스미싱(사기) 문자 확인 소동이 빚어졌다.

문제의 메시지는 추석 연휴 기간 중 긴급 복구공사를 위해 발송된 실제 구인문자로 드러났다. 단순 해프닝이 아니라 포항제철소의 피해 상황이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함을 보여주고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일 태풍 상황이 공식 종료된 지 3일 만인 9일 오후 포항시민을 비롯한 휴대전화 사용자들에게 '포항제철소 긴급조치- 포항제철소 긴급 복구를 위한 수리인력 지원 요청' 제목의 문자메시지가 수신됐다.

'지원 요청' 문구는 협조를 구한다는 내용이지만 이어진 문자는 긴급 구인이 골자였다.

요약하면 '포항제철소 침수로 전기설비 복구가 시급하지만 명절 연휴기간이라 인력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공장 정상화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변에 (문자를)공유하여 많은 인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협조를 바란다'는 것.

수신자들은 6일의 태풍 피해 충격으로 인해 평소 받아보기 어려웠던 내용의 메시지도 의아했지만 더욱 관심을 끄는 문구는 그 다음 이어졌다. '지원사항 : 일당 125만원'.

'9월 10일부터 12일 연휴기간 중 임의선택 가능, 22시까지 작업'의 조건을 내건 문자 메시지 하단에는 '포항제철소 공단협의회 회장 진모씨의 실명과 함께 휴대전화 번호가 기재돼 있었다.

긴급상황이지만 전기수리 기사에게 지급되는 일당이 무려 125만원인 데다 문자에 기재된 실명과 전화 번호가 스미싱 사기를 유도할 수 있다는 의문들이 이어졌다.

오후 6시 무렵 메시지를 수신한 포항시민 임모(61·남구 이동)씨는 "남매들의 단톡방에서 낯선 문자 메시지를 발견했다"면서 "지원금액수에 대한 놀라움과 함께 '스미싱 문자일 수도 있다'는 반응들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태풍 피해 복구 지원금이나 민생회복 지원금 등을 미끼로 한 스미싱 문자 사기 주의보가 알려졌다.

확인 결과, 이 문자에 공개된 회장 진씨의 실명과 전화번호는 모두 허위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언론의 사실 여부 확인 과정에서 '포항제철소 전기설비 수리 공사에 투입할 필요 인력이 추석연휴 기간에만 하루 평균 1000 여명, 9일 현재 확보 인원이 300~400여명에 불과해 인력 수급이 태부족'이라는 보도가 알려졌다.

앞서 포스코는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이 지난 1월 28일 임시주총 이후 지난 6일 만 7개월여 만에 포항제철소를 방문한 이후 오는 16일까지 공장 가동 정상 계획임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이 같은 입장에도 불구하고 포항제철소의 실제 피해 상황에 대한 관측이 이어져온 가운데 이번 문자 메시지 내용까지 더해지면서 우려와 기대가 섞인 미묘한 여론 파장이 있다. 포항시민을 중심으로 국가기간산업체로서 글로벌 경쟁력의 한 주축인 포스코가 피해 실상을 더 알리고 정부와 지자체에 협조를 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6일 태풍 힌남노와 고로 휴풍 사태 이후 포스코 안팎에서 회사 사정에 밝은 인사들을 중심으로 포항제철소의 피해 실상이 그동안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하며 복구 기간과 예산도 추산치 밖이라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특히 복구 비용의 대략적인 산출이 15일 전후 나오면 일관제철소 건설비용의 절반이 예상돼 최근의 추산을 훨씬 웃돌고 최고경영진의 복구 일정 강행에 대한 임직원들의 불신과 불만, 안전사고 발생 우려, 지하에 보관돼 침수된 예비 자재의 사용 불가 등 현장의 피해 실태가 구체적인 근거를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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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