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억 리히터, 38억 콘도..프리즈 돈잔치에 숨죽인 키아프

[프리즈 서울]
입장 전 몰린 인파들, 완판 이어가
개막하자마자 리히터 촛불 204억원
콘도 '붉은 초상화' 38억원에 팔려
[키아프 서울]
국제·학고재·가나 등 판매 행진에도
상대적 저렴..첫날 판매현황 비공개
MZ세대 등 영컬랙터 몰린 건 성과

▲ 서울 코엑스에서 2일 개막한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 서울’에는 행사 3일차인 4일에도 관람객이 줄을 이었다. [뉴스1]
세계적인 아트페어 프리즈의 첫 한국 행사인 ‘프리즈 서울’(이하 프리즈)과 한국화랑협회가 여는 한국국제아트페어 ‘키아프 서울’(이하 키아프)이 2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했다. 연일 성황이다. 개막일부터 VIP 관람객이 장사진을 이뤘고, 4일에도 전시장 입구는 관람객으로 북새통이었다. 코엑스 1층 A·B홀의 키아프에 164개, 3층 C·D홀의 프리즈에 110여개 등 300개 가까운 갤러리가 장터에 참여했다.


프리즈에는 세계 최정상 갤러리인 가고시안·하우저앤워스·리슨갤러리 등이 참여했고, 고지도와 서적, 심지어 고대유물을 취급하는 갤러리도 나왔다. “이런 작품을 서울에서 볼 수 있다니” 등 곳곳에선 탄성이 터져 나왔다.

개막일 저녁에 국내에선 상상하기 어려웠던 매출 기록이 나왔다. 세계 메가 갤러리 중 하나인 갤러하우저앤워스는 이날 조지 콘도(65)의 ‘붉은 초상화’(‘Red Portrait Composition’, 2022)를 38억원(280만 달러)에 판매했다. 국내 한 사립미술관이 샀다. 미국 작가 마크 브래드퍼드의 그림은 한 개인 컬렉터에게 24억5000만원(180만 달러)에 팔렸다.

▲ 개막일부터 하루 10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기록한 하우저앤워스 갤러리. 전면에 보이는 38억원짜리 조지 콘도의 붉은 초상화는 개막 당일 한국 사립미술관에 판매됐다. [연합뉴스]

613억원 피카소 최고가 작품은 판매소식 없어

영국에서 온 리슨갤러리가 내놓은 세계적 조각가 아니시 카푸어의 작품도 첫날 68만 2000파운드(약 10억 7000만원)를 수락한 새주인의 품에 안겼다. 이외에도 12만파운드(약 1억 9000만원)를 달았던 휴 헤이든의 작품 1점, 4만 5000파운드(약 7000만원) 상당의 줄리언 오피 작품 2점 등 리슨갤러리는 모두 10점을 개막일에 팔았다. 또 갤러리 타데우스 로팍은 독일작가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회화 ‘정오의 엑스레이’(2020)를 120만유로(약 16억 3000만원)에, 안토리 곰리의 조각 ‘오픈 홀드’(2018)를 50만파운드(약 8억원)에 판매하는 등 첫날 매출만 50억원대로 끌어올렸다.


‘프리즈 서울’에서 ‘완판’(솔드아웃)을 신고한 갤러리도 벌써 여럿이다. 벨기에갤러리 자비에 위프켄은 미국작가 스털링 루비의 200호 신작 4점만으로 개인전을 꾸렸는데, 47만 5000달러(약 6억 4700만원)에 달하는 작품을 비롯해 4점 모두를 첫날 완판했다. 유명 화상 4명이 공동창립해 꾸린 LGDR은 미국작가 조엘 메슬러의 2만 5000∼4만 5000달러(약 3400∼6200만원) 상당의 신작회화 12점을 전시했고 역시 전부 팔아치웠다. 미국갤러리 블룸앤드포 역시 ‘개막일 완판’을 써냈다. 마크 크로첸의 대작회화를 220만달러(약 30억원)에 판매한 것을 비롯해, 한국작가 하종현, 일본작가 요시모토 타라 등의 작품들이 연이어 팔려나갔다.

다만 ‘프리즈 서울’에서 최고가인 4500만달러(약 613억원) 상당으로 알려진, 파블로 피카소의 ‘방울이 달린 빨간 베레모 여인’(1937)은 아직 판매소식을 전하지 않고 있다. 마치 포토존을 연상시킬 만큼 전시장 한쪽에서 관람객들의 사진 세례를 집중적으로 받은 이 작품은 미국 애콰벨라갤러리즈가 안고 들어왔다.


사실 프리즈에서 가격까지 매긴 ‘판매작품’을 공개한 것도 이례적이다. 미술계 한 관계자는 “쏟아져 들어온 관람객들에게 위압적인 분위기를 느낀 컬렉터들이 망설임 없이 작품을 사들였고, 또 프리즈 측은 그렇게 ‘기록이 된 판매이력’을 스스럼없이 꺼내놓은 게 아닌가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간 프리즈의 매출 규모는 드러난 적이 없다. 그저 매회 1조원대 정도로 추산해왔다.

‘프리즈 서울’ 판매 열풍, 키아프로 이어갈까

대세는 ‘프리즈 서울’로 기울었지만 그렇다고 ‘키아프 서울’이 잔뜩 주눅 들어 있는 것만은 아니다. ‘키아프 서울’에 부스를 차린 한 갤러리 대표는 “사상 처음 한국에서 열린 ‘프리즈 서울’에 미술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며 “상상을 초월하는 고가의 작품들을 감상한 컬렉터들이 실질적인 작품구매를 위해 키아프를 찾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프리즈 서울’에 대거 몰린 ‘나이 지긋한’ 관람객들과는 달리 ‘키아프 서울’에선 첫날부터 MZ세대가 눈에 띄게 늘어난 점이 지난해와는 또 다른 ‘변화’라고 할까. 이제껏 ‘고가’로 분류됐지만 ‘프리즈 서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해 보이는 출품작들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진 듯했다.

국제갤러리는 5억원대 ‘접합 22-42’(2022)를 비롯해 하종현의 작품 3점을 팔았고, 알렉산더 칼더의 ‘무제’(1965)를 3억 7000만원에, 강서경의 ‘매트 120×165 #22-42’(2021∼2022)를 1억 1400만원에 팔았다. 가나아트는 ‘키아프 서울’의 대표작으로 꼽혔던 김구림의 ‘음과 양’(2009)을 4억원대에 판매했고, 심문섭의 ‘제시’(2021)를 3억 2000만원을 부른 컬렉터에게 넘겼다. 학고재갤러리는 김재용·정영주·김현식의 작품을 연달아 팔아냈으며, 갤러리나우에선 김지희·한상윤·고상우 등의 작품을, 아뜰리에아키에선 정성준·채지민·이연미 등의 작품을 완판 리스트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키아프를 주최하는 한국화랑협회가 늘 발표해왔던 ‘키아프 서울’의 첫날 판매현황은 나오지 않았다. 이 또한 이례적이다. 이후 ‘프리즈 서울’은 5일까지, ‘키아프 서울’은 6일까지 대한민국 사상 최대의 미술장터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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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