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병장 봉급 205만원, 소위 봉급 184만원
병 처우 개선의 '풍선 효과'..초급간부 자원 부족 심화 우려
"급여 비슷한데 10개월 더 복무할 이유 없다"..후보생 탈단 움직임도
윤석열 정부의 사병 월급 200만원 공약 이행이 현실화되면서, 앞으로 3년 뒤에는 초급 간부인 소위, 하사 월급보다 병장 월급이 많아지는 사태가 벌어질 전망이다. 소위, 하사 월급에 적용되는 공무원 임금 인상률은 매년 1~2% 수준인 데 비해, 사병 월급은 올해부터 매년 30%씩 오르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2025년에는 소위 월급이 병장 월급보다 20만원 가까이 적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통상적으로 직업 공무원인 군 초급 간부들이 월급이 적은 사병들을 ‘먹여 살린다’라는 군대식 통설이 더 이상 자리 잡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월급이 더 많은 사병이 저연봉자인 초급 간부에게 얻어 먹을 일이 머쓱해진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2023년 예산안을 통해 ‘병사 월급 200만원’ 로드맵을 발표했다. 올해 82만원 수준이었던 병장 봉급은 2023년 130만원, 2024년 165만원에 이어 2025년엔 205만원으로 오르게 된다.
올해 소위 1호봉의 봉급은 175만원이다. 직업군인의 봉급은 공무원 임금 인상률이 적용된다. 올해 공무원 임금 인상률은 1.7%. 내년 소위 1호봉은 봉급으로 178만원을 받게 된다. 이 같은 임금 인상률이 3년 동안 적용된다면 2025년 소위 1호봉은 봉급으로 184만원을 받게 된다. 병장보다 20만원 가량 적은 급여를 받게되는 셈이다.
병사와 간부 간 임금 역전 현상은 군 문화와 조직 구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초급간부 기피 현상이 심화해 편제 유지가 어려워질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병사들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겠다며 추진한 병장 월급 200만원 공약이 초급간부 기피라는 풍선효과로 나타나는 모습이다. 안그래도 긴 복무기간 때문에 초급간부 지원율이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좁혀진 급여 격차가 2025년이면 오히려 역전돼 초급간부 기근 현상이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2023년 병 인건비 예산을 5000억원 증액해 병사들의 인건비를 대폭 인상하기로 했다. 올해 월봉 68만원에, 사회진출지원금 14만원 등 총 82만원을 수령했던 병장 계급은 내년에는 월봉 100만원에, 사회진출지원금 30만원을 더해 총 130만원을 받게 된다. 정부는 향후 3년간 병사 월급을 단계적으로 인상해 2025년엔 병장 봉급으로 205만원을 지급할 계획이다.
현재 소위 1호봉의 봉급액은 175만5500원, 하사 1호봉의 봉급액은 170만5400원이다. 내년에는 4급 이하 공무원 급여 인상률 1.7%이 반영돼 소위 178만원, 하사 173만원 수준의 봉급을 받게 된다. 이 같은 급여 인상률이 2025년까지 이어질 경우, 소위 1호봉의 봉급은 184만원, 하사 1호봉의 봉급은 179만원에 그치게 된다.
물론 실제 수령하는 급여액은 각종 수당이 더해져 보수표 상 봉급을 상회하겠지만, 봉급 역전 현상이 지워지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소위나 하사는 적은 급여에도 소득세 등 세금이 부과되지만, 징집병인 병장 이하 계급에 대해선 세금 부과가 면제된다.
안그래도 벌어진 복무기간 격차로 인해 매년 간부 지원자가 급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봉급 메리트까지 사라지면서 초급간부 지원율은 급감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재 ROTC 의무복무기간은 2년 4개월, 학사장교 의무복무기간은 3년으로 병사 복무기간(18개월)과 10개월 이상 차이가 있다. 장교로 군복무를 하면 병 복무보다 사회 진출이 1년가량 늦어진다는 얘기다.
간부 출신이라는 자부심과 리더십 경험이라는 추상적인 소득을 위해 ‘1년’이라는 시간을 기회비용으로 지불하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 아니라는 게 MZ세대의 생각이다.
매년 급감하는 ROTC 지원율이 이를 방증한다. 국방부에 따르면 육군 ROTC 지원 경쟁률은 2015년 4.5:1에서 올해 2.4:1 수준으로 떨어졌다. 육군학생군사학교는 올해 ROTC 지원율이 급감하자, 모집 기간을 예년보다 한달 연장했지만 지원율을 끌어올리진 못했다. 특히 수도권 소재 대학의 학군단은 정원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최근에는 입영 훈련을 마친 후보생들이 중도 하차하는 탈단까지 발생하고 있다. 서울 소재 대학교에서 학군단 활동을 하는 한 후보생은 “최근 탈단 후 병사로 군 복무를 하는 후보생들이 주변에 많아졌다”며 “병사들과 비슷한 수준의 봉급을 받으면서 굳이 10개월이나 더 군 복무를 할 이유는 없다는 게 탈단자들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생은 “지난 여름 학군교에서 진행된 하계 입영 훈련에서도 맨날 이 얘기였다. 병사들에 대한 처우가 대폭 개선되면서, 장교 임관이 합리적인 선택인지 모르겠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지금까지 보낸 시간과 교우 관계 때문에 임관을 포기할 생각은 없지만, 탈단하는 동기들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고 했다.
부사관 수급도 심각한 상황이다. 민광기 한국국방연구원 국방인력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이 지난달 18일 발표한 ‘육군 부사관 인력관리체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원사 정원은 1만명, 상사는 2만8000명, 중사는 4만9000명, 하사는 4만7000명이었지만, 실제 인원은 상사가 4000명 초과한 3만2000명, 중사는 3000명 부족한 4만6000명, 하사는 8000명 부족한 3만900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사관 지원율이 떨어져 뿌리 역할을 할 하사와 중사가 부족한 상황이다. 이 같은 지원율 급감은 선발 자원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진다. 최근 야전 부대에서 초급간부의 자살이나 비위행위 사고가 잦은 것도 역량은 부족한데 과중한 책임이 부여된 데서 비롯됐다는 평가가 많다.
김규현 한국국방연구원 국방인력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초급간부를 대상으로 실시한 ‘장병의식 및 생활 조사’에 따르면 초급 간부의 군 생활 만족도는 2019년 59.4%에서 2021년 46.1%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저출산 등으로 군의 인력 획득 여건이 급속도로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직업군인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초급 간부의 복지 향상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선임연구원은 이어 “민간에선 인재 유입을 위해 연봉 등 경제적 혜택뿐만 아니라 주거, 의료, 여가, 가족지원 등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혜택을 확대하고 있다”며 “젊은 세대 초급 간부들의 직업 만족도와 선호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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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