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미-중 갈등 속 '균형외교'선택...칩4 동맹 두고 '아슬아슬' 줄타기

박진 "특정국 배제 의도 없어"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번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의 회담에서 공급망 관리를 위한 양국간 협력을 제안했다.

한국은 앞서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협력 대화인 '칩4'(미국·한국·일본·대만)의 예비회담에 참여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미·중 갈등 속에서 '균형외교'를 선택한 한국이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이어갈지 주목된다.

◆박진 "한국이 가교 역할 할 수 있어" 


10일 외교부에 따르면 박 장관은 지난 9일 왕이 외교부장을 만나 미국이 주도하는 '칩4'에서 중국의 우려를 해소하는 역할을 한국이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박 장관이 한국은 어느 특정국을 배제할 의도가 전혀 없고 한·중 간 밀접하게 연결된 경제통상구조를 감안 할 때 오히려 한국이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설명했다"고 전했다.

그는 "박 장관은 중국이 우려하는 입장을 잘 알고 있다고 말하며 한국이 칩4에 들어가는 것은 중국 입장에서 봤을 때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박 장관은 우리의 개방형 경제, 중국과 촘촘히 연결된 교역 구조를 감안할 때 중국을 배타적으로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이야기도 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이번 회담에서 공급망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양국의 협력 강화를 중국 측에 제시했다. 이를 위해 기존 양자협의체를 확대 추진하는 것을 제안하며 조화를 추구하면서도 다른 것은 또 다르다고 인정할 수 있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정신을 강조했다.

왕 부장은 한·중관계에 대해 "수교 30주년을 계기로 지금까지 성공을 이룩해 온 유익한 경험을 정리하고 양국관계의 큰 국면을 잘 파악해야 한다"며 양국이 해야 할 '다섯 가지'를 거론했다.

먼저 "미래 30년을 향해 중한 양측은 독립자주를 견지하고 외부의 장애와 영향을 받지 말아야 한다"며 "선린우호를 견지해 서로의 중대 관심사항을 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자주의를 견지해야 한다"며 "중한 양국 국민 뜻의 최대공약수이자 시대적 흐름의 필연적 요구"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왕 부장의 '독립자주' 발언을 미·중 갈등으로 한·중 관계도 영향을 받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해석한다. 원활한 공급망을 수호하고 내정 간섭을 하지 말자는 것은, 한국도 참여하는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이 중국에게 배타적으로 조직되기를 바라지 않는 의도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대만 문제도 겨냥한 것으로 분석된다.

왕 부장은 한·중 수교 30주년에 대해 '삼십이립(三十而立)'이라는 공자의 말을 인용하고, "비바람에 시련을 겪어온 중·한 관계는 당연히 더 성숙하고 더 자주적이고 더 견고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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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