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법무·검찰 여성 대변인들 정권 바뀌자 모두 좌천

대검·서울중앙지검 대변인 '급 낮은' 곳으로
한동훈 처남 기소했던 법무부 대변인도 좌천
법무부 부대변인 출신 여검사는 강등되기도
"공보 업무한 게 무슨 죄.." 여검사 홀대론도

▲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바람에 날리는 검찰 깃발. 연합뉴스
28일 단행된 윤석열 정부 첫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법무·검찰 여성 대변인 3명이 한직으로 밀려났다. 지난해 법무·검찰 역사상 처음으로 대검찰청·법무부·서울중앙지검 대변인으로 여성 검사가 발탁돼 화제가 됐지만, 정권이 바뀌자 모두 좌천성 인사를 당한 것이다. 법무부는 지난해 남성 중심의 검찰 문화를 바꾸기 위해 '우수 여성 검사 발탁'을 인사 기조로 표방했지만, 한동훈 장관 취임 이후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인선 대검 대변인은 이번 인사에서 서울북부지검의 공보 업무를 책임지는 인권보호관에 보임됐다. 대검에서 '검찰의 입' 역할을 하던 검사를 이전 임지로 돌아가 같은 역할을 하게 한 셈이라, 사실상 좌천 인사로 해석되고 있다. 서 대변인은 2003년 첫 여성 공안검사로 업무 능력을 인정받아 2018년 여성 검사 최초로 법무부 공안기획과장을 맡기도 했다.


검찰 내에선 '고발 사주' 수사 당시 '공용폰' 논란에 연루된 게 인사에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대검 감찰부는 서 대변인의 공용폰을 임의 제출받았고, 공수처가 이후 대검 감찰부를 압수수색해 이를 확보하면서 '물밑 협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고발 사주 의혹 수사 당시 윤 대통령 및 한동훈 장관과 함께 피의자로 입건됐던 권순정 전임 대변인도 해당 공용폰을 사용했다. 그는 지난달 검사장으로 승진해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으로 한 장관을 보좌하고 있다.

전국 최대 규모 검찰청의 공보업무를 맡았던 이혜은 서울중앙지검 공보담당관도 전날 인사에서 '급이 낮아진' 대구지검 서부지청 인권보호관으로 발령 났다. 이 담당관은 '친문(親文)' 성향으로 분류되는 이정수 지검장 시절 '채널A 사건' 수사와 관련한 언론 대응을 맡았다. 한 장관은 무혐의 처분됐지만, 기소 여부를 두고 수사팀과 지휘부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공보를 둘러싸고도 잡음이 일었다.

한동훈 법무부 출범 직후 단행된 지난달 18일 첫 검찰 인사에서도 박현주 당시 대변인은 관례와 달리 진주지청장으로 보임됐다. 박 지청장은 성폭력 사건 분야에서 1급 공인전문검사 '블랙벨트' 인증을 받은 인물로, 여성 최초로 법무부 대변인을 맡았다. 박 지청장은 2018년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 부단장으로 일하면서, 한 장관의 처남인 진모 전 검사를 후배 검사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했다. 일각에선 해당 사건이 박 지청장의 '좌천 인사' 배경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추미애·박범계 법무부에서 부대변인을 맡았던 여검사도 이번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부장검사에서 부부장검사로 강등됐다. 법무부 내부에선 윤석열 총장 시절 징계 국면에서 추미애 법무부 입장에서 공보업무를 한 것 때문에 좌천됐다는 이야기가 나돈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공보는 '기관의 입'이라는 업무 특성상 검사 개인이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는데, 지난 정권에서 대변인을 했다고 노골적으로 날려 버리면 누가 제대로 일을 하겠느냐"며 "윤석열 정부가 여성 검사를 홀대한다는 이야기가 돌았는데 이번 인사에서도 드러난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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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