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가 한기호 사무총장에게 전국 48개 선거구의 조직위원장 공모 현황 등을 보고받고 “잘 관리해 달라”고 부탁한 뒤 배 최고위원이 “벌써부터 당원협의회에서 공천권 문제가 불거지는데, 당 내분처럼 비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고 한다.
조수진 최고위원도 거들었다. 조 최고위원은 “지방선거가 겹쳐 있어서 공모 사실을 몰랐던 사람들도 있었다”며 “불공정하게 비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이 대표는 “조직위원장 임명과 공천은 별개이며, 그게 공정과 무슨 상관이냐”고 불쾌감을 드러냈다고 한다.
이 대표와 배 최고위원의 신경전은 계속됐다. 배 최고위원은 이 대표를 향해 “당을 위해 좋은 얘기를 하면 때로는 대표가 좀 들으라”고 말했고, 이 대표는 “얻다 대고 지적질이냐”며 언성을 높인 것으로 전해졌다. 배 최고위원 역시 물러서지 않고 “지적질이라고 하셨나. 얻다 대고 뭐라고 하시냐”고 발끈했다고 한다.
배 최고위원은 또 회의 말미에 “제가 첫 번째로 혁신위원회에 정희용 의원을 추천한 것은 쏙 빼놓고, 왜 혁신위에 협조 안 했다고 ‘절반’만 말하시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두 사람이 얼굴을 붉히며 언성을 높이자 권성동 원내대표가 “또 그러지 말고 그만 회의를 끝내자”며 중재에 나섰다고 한다. 결국 회의는 15분 만에 끝났다.
회의 시작 전에는 배 최고위원이 이 대표에게 먼저 악수를 청했지만, 이 대표가 손을 뿌리치며 거부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후 배 최고위원이 자리로 돌아오며 이 대표의 어깨를 툭 쳤는데 이 대표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두 사람은 혁신위 구성, 국민의당 몫 최고위원 등의 문제를 놓고 계속 충돌해 왔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중앙대학생위원회 행사에서 “거의 독재자에 가까웠던 김영삼·김대중 대통령 시절 총재였다면 제가 싹 다 날리고 국회의원 150명 공천하면 된다. 누가 갑자기 최고위에 나와서 저한테 삿대질하는 일은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삿대질하면 자르면 된다”며 “저는 그렇지 않기에 여러분이 특이한 광경을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준석 사조직’이란 비판을 받았던 혁신위는 이날 최고위 의결을 거쳐 공식 출범했다. 최재형 위원장과 조해진 부위원장을 포함해 15명으로 구성됐다. 혁신위는 공천제도 개혁 등 당무 관련 전방위적 개혁을 추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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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