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취임]'권한 분산' 실천 여부가 결국 '용산 시대' 성패 갈라

발표에서 이전까지 총 51일
‘졸속 추진’ 비판 여전히 부담
책임총리·여당 역할 분담에
적극적 대국민 소통이 관건

▲ ‘1호 결재’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첫날인 10일 새 대통령 집무실에서 김대기 비서실장(왼쪽)이 지켜보는 가운데 1호 안건으로 국회에 보낼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에 서명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업무를 시작하며 우여곡절 끝에 ‘용산 시대’가 시작됐다. 대통령 집무실 졸속 이전이라는 비판을 무릅쓰고 제왕적 대통령제 탈피라는 명분을 강조한 만큼,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한을 실질적으로 분산하는지가 용산 시대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은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윤 대통령이 지난 3월20일 대통령실 이전 방침을 발표한 뒤, 정부에서 예비비 496억원을 편성받고, 집무실 공사를 거쳐 이날 용산에서 업무를 시작하기까지 총 51일이 걸렸다.


용산 시대 개막은 윤 대통령 당선 후 1호 과제였으나 추진 과정에서 논란이 이어졌다. 집무실 이전 과정의 안보 공백 우려를 놓고 신구 권력 갈등이 발생했다. 밀어붙이기식 추진은 여론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당선 이후 윤 대통령 지지율이 과거 대통령들보다 낮은 40%대에 머문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

윤 대통령이 측근 그룹과 국민의힘 일각에서 제기된 속도조절 주장을 뿌리친 이유는 청와대로 상징되는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월20일 “청와대 경내로 들어가면 제왕적 권력의 상징인 청와대를 벗어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국민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용산 시대가 뿌리내리려면 제도적으로 대통령의 제왕적 권한 내려놓기가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공언한 책임총리·책임장관제를 구현하고, 신설될 대통령 직속 민관합동위원회에 참여할 민간 전문가들에게 실질적인 의사 결정 권한을 부여할 필요성이 거론된다.

수직적인 당정관계에서 벗어나 집권여당과 국정운영의 책임과 권한을 분담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당과 직접적 협치 파트너인 여당의 중요성이 커졌다.

윤 대통령의 적극적인 대국민 소통 행보도 관건이다. 윤 대통령의 소통 의지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돼왔다.

속전속결식 이전으로 마무리되지 않은 과제들도 남아 있다. 대통령실 청사 내에서는 일부 사무실 공사가 진행되고 있고, 한남동 외교부 장관 공관에 마련될 대통령 관저도 리모델링 중이다. 윤 대통령이 다음달 관저에 입주하기 전까지 서초동 자택에서 출퇴근함에 따라 교통 통제에 따른 시민 불편을 최소화해야 할 문제도 있다. 국방부 통합·재배치, 합동참모본부의 남태령 이전 문제는 중장기적 과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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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