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8일 경기 성남시 분당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안 위원장이 국민의힘 당적으로 선거에 나서는 것은 처음이다. 차기 대선이 목표인 안 위원장이 당내 기반 확보를 위한 원내 진입이란 실리와 경기도 승리 견인이란 명분을 동시에 얻기 위해 출마한 것으로 해석된다.

안 위원장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분당뿐 아니라 성남시와 경기도 나아가 수도권에서의 승리를 통해, 새 정부 성공의 초석을 놓겠다는 선당후사의 심정으로 제 몸을 던지겠다”며 6·1 분당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분당갑 지역에 대해 “저의 분신이나 마찬가지인 안랩이 있는 곳”이라며 “제2의 고향”이라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성남시를 영화 <배트맨>의 타락한 도시 고담에 비유하며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책임론을 부각했다. 안 위원장은 “민주당의 12년 장기집권이 이어진 성남시는 직전 경기지사와 전임 시장들의 추문과 오명, 그 측근들의 부패와 불공정 속에서 도민과 시민의 자존심은 속절없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분당은 전 국민적 의혹과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대장동 게이트’와 ‘백현동 사태’의 현장”이라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이 전 지사의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두고는 “도민과 시민의 심판을 피해 아무런 연고도 없는 안전한 곳으로 가는 것은 주민에 대한 참담한 배신행위이자 무책임의 극치”라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분당갑에서 맞붙게 될 김병관 전 민주당 의원에 대해선 “차이는, 저는 창업한 사람이고 김 전 의원은 투자자”라고 말했다.

안 위원장이 분당갑 보궐선거에 나선 것은 장기적 목표인 차기 대선을 위한 중단기 과정으로 해석된다. 안 위원장은 공동정부 구성 과정에서 ‘안철수 패싱’ 논란으로 본인은 물론 측근들도 입각하지 못하면서 당내 지분을 넓히는 방향으로 우회하는 상황이다. 지방선거 승패의 기준점인 경기지사 선거를 지원하기 위해 희생한다는 명분을 내세웠기 때문에 분당갑과 경기도에서 모두 승리했을 경우 공도 함께 차지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안 위원장의 분당갑 출마를 두고 명분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19~20대 국회에서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을 지냈고, 서울시장에도 도전한 바 있어 필요에 따라 지역구를 바꾼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안 위원장은 기자들이 ‘노원병을 떠나지 않겠다고 약속했었다’고 질문하자 “이제 새로운 지역 발전을 위해, 제 역할을 하기 위해 떠나는 마음이 참 아쉽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10일 안 위원장을 면접한 이후 공천 방식을 결정할 계획이다. 앞서 윤 당선인 특별보좌역인 박민식 전 의원, <굿바이, 이재명> 저자 장영하 변호사 등이 후보 등록을 했다. 안 위원장은 “당의 뜻에 따르겠다”는 입장이라서 경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