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는 진짜 술 한 번 마신 적이 없어요.”
강 내정자 자신도 전날 인선 발표에 놀랐다는 반응이었다. 실제로 최근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하마평이 나왔을 때도 인수위 주변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그가 소위 ‘윤핵관’도 아니었을 뿐더러, 그렇다고 새 정부 정책 밑그림을 그리는 정책 실무진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그가 기자 시절이나 국회의원 당시 인연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강 내정자는 기자·국회의원 출신이다. 1989년 한국일보에 입사한 뒤 1990년 경향신문으로 옮겨 8년간 기자를 했다. 이후 2007년 이명박 대선 후보 캠프에서 일한 뒤 2008년 총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했다.
사실은 달랐다. 윤 당선인과 강 내정자의 첫 만남은 지난 해 7월초였다. ‘검사 윤석열’ 시절에는 일면식도 없었다고 한다. 강 내정자는 통화에서 “신지호 전 의원이 전화가 와선 ‘윤석열 후보가 대선 출마 선언을 했으니 도와달라’고 해서 이틀 간 고민 끝에 ‘오케이’를 했다”며 “하던 사업이 걱정됐지만 윤석열이란 브랜드에 마음이 끌렸다”고 말했다.
자신은 큰 고민 끝에 결단을 내렸는데, 막상 캠프에 가보니 예상밖 푸대접에 놀랐다는 게 그의 추억담이다. 강 내정자는 “내가 국회의원까지 했는데 캠프에 가니 내 책상조차 없었다.
게다가 난 홍보 마케팅 전문가인데, 홍보가 아니라 조직을 맡기는 게 아닌가. 그것도 '부' 본부장을”이라고 말했다. 강 내정자에 따르면 일을 시작한 지 나흘만에 윤 당선인과 첫 인사를 나눈 그는 이후 거의 일에 파묻혀 지냈다고 한다.
그는 “캠프 조직본부가 있는 이마빌딩 4층에서 밤 늦게까지 일하고 있는데, 윤 후보가 6층 집무실로 올라가다 들러서 ‘고생한다’고 말한 적이 몇 번 있다. 당선인이 ‘저 사람은 맨날 늦게까지 일만 하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강 내정자가 겪어 본 ‘윤석열’은 어떤 사람일까. “참모 의견을 다방면으로 살펴보되, 그래서 한번 믿게 되면 끝까지 맡기는 스타일”이란 게 강 내정자의 평가다. 관련 에피소드로 대선 당시 사전 투표 문제도 소개했다.
그는 “대선을 앞두고 강성 보수층은 사전투표 조작 가능성을 제기했는데, 난 거꾸로 ‘사전투표를 독려해야 한다’고 윤 당선인에게 보고했다”며 “이에 당선인이 내게 ‘한쪽 말만 듣지 말고 여러 얘기를 수렴하라’고 하더라. 이후에도 윤 당선인은 세 번이나 전화로 ‘내 보고가 맞냐’고 물었고, 결국 울산에서 사전투표 독려 발언을 하시더라”고 전했다. 강 내정자는 “나를 믿어준 것”이라고 했다.
강 내정자는 “대선 승리 뒤 당선인이 딱 한 번 '고맙다'는 전화가 왔다”고 했지만, 윤 당선인 측 관계자의 말은 달랐다. 윤 당선인이 대선 뒤 “강승규 의원이 정말 고생했다”는 말을 자주 했다는 것이다. 윤 당선인이 마음 속으론 이미 오래 전 '강승규 카드'를 낙점했다는 게 윤 당선인 측의 전언이다.
새 정부는 대통령실 슬림화 기조 속에서도 시민사회수석실은 국민통합, 시민소통, 종교·다문화, 국민제안, 디지털소통 등 5명의 비서관을 두면서 기능을 강화했다. 강 내정자는 “시민사회수석이 되어서도 중용과 유연성을 갖되 지금처럼 대통령에게 ‘아닌 건 아니다’라고 직언하는 참모가 되겠다”고 말했다. 그는 ‘실세 수석이 됐다’는 말에 바로 앓는 소리를 냈다. “아이고. 축하받을 일인지 모르겠어요. 완전히 한 짐을 지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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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