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 감당 안되자.. 백신 2차 접종자는 밀접접촉해도 면제

확진자 1만명 육박.. 내일부터 새 방역수칙 적용, 오미크론 50% 넘어 우세종
김부겸 "설연휴 고향 방문 자제를"
3T 접고 격리기간·검사기준 완화.. 전문가들 "확진자 급증 우려"

오는 26일부터 코로나 확진자와 밀접 접촉했더라도 백신을 2차 이상 맞았다면 자가 격리 대상에서 면제된다. 지금은 백신을 맞았건 안 맞았건 무조건 10일 격리해야 한다. 확진자 자가 격리 기간도 10일에서 7일로 단축된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24일 달라진 ‘오미크론 방역 수칙’을 발표했다. 코로나 일 신규 확진자가 사흘 연속 7000명을 넘어서고 오미크론 변이 검출률도 50.3%에 달하자 ‘3T’(진단·추적·치료)로 대표되던 이른바 ‘K방역’을 사실상 포기하고 오미크론 대응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24일 오후 11시 현재 코로나 확진자는 9000명 안팎으로 이미 역대 최고치이고, 최종 1만명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이번 설에도 고향 방문을 자제해 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며 “불가피하게 방문해야 한다면 설 연휴가 시작되기 전 백신 3차 접종을 받고 출발 전 꼭 진단 검사를 받아달라”고 했다.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PCR(유전자 증폭) 검사는 축소된다. 그동안은 선별진료소 등에서 모두가 PCR 검사를 받았지만 앞으로는 60세 이상 고위험군이나 보건소·의료진 판단 등이 있어야 가능해진다. 단순 의심자는 신속항원검사(자가검사키트)에서 양성이 나와야 추가로 PCR 검사를 받는다. 오미크론이 많이 퍼진 광주·전남·평택·안성 등 4곳에선 26일부터, 나머지 전국에선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이런 방침이 적용된다.

확진자나 밀접 접촉자 격리 기간도 달라진다. 26일부터는 전국 어디서나 확진자 중 백신 접종 완료자는 7일, 미접종자는 10일 격리한다. 전에는 모두 10일이었다. 여기서 ’접종 완료자’는 ‘2차 접종 후 90일 이내’이거나 ‘3차 접종 후 14일 경과’한 사람이다. 밀접 접촉자는 백신 접종을 마쳤다면 격리 없이 수동 감시, 즉 스스로 건강 상태를 확인해 이상이 있을 때 보건 당국에 알리는 방식으로 바뀐다. 다만 미접종자는 7일 격리해야 한다. 이들 모두 밀접 접촉 후 6~7일 차에 PCR 검사를 받아 음성이 나와야 감시나 격리가 풀린다. 방역 당국은 확진자와 ‘2m 이내에서 15분 이상 대화’한 밀접 접촉자라도 “마스크를 잘 썼다면 격리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사실상 ‘3T’(검사·추적·치료)를 포기하고 새 방역 체제로의 전환을 결정한 것은 오미크론 폭증으로 인해 자칫 의료 인프라 전체가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방역 당국이 국내 오미크론 감염자 9860명을 분석한 결과, 치명률은 0.16%로 델타 감염자 치명률(0.8%)의 5분의 1 수준이다. 그러나 인플루엔자 치명률(0.1%)보다는 높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고위험군이 감염될 경우 중증으로 이어질 위험이 여전히 높고, 특히 미접종자 중증화율이 높아서 고위험군·중증 환자 보호가 관건”이라고 했다.

정부가 자가 격리 수칙을 대폭 완화한 것은 현실적인 사정을 감안한 측면이 있다. 현재 수칙을 고수할 경우 오미크론 감염 급증으로 자가 격리자가 폭증해 직장 이탈자가 속출하는 등 사회적 혼란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동네 의원의 오미크론 검사·진료 참여 방안 등에 대해선 정부의 대응이 ‘골든 타임’을 놓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의사협회는 그동안 동네 의원의 코로나 진료 참여를 주장했지만 정부는 아직 뾰족한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의협은 지난달 1일 “동네 의원을 활용해 증상 변화에 따른 지속적 진료가 가능하도록 외래진료 체계를 도입하자”고 한 데 이어 지난달 7일에는 “환자가 재택 상태에서도 의사의 외래진료와 관리를 받는 체계가 기본이 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존 재택치료는 한계에 달했다”(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방역 당국은 24일 “동네 의료기관이나 호흡기 전담 클리닉에서 진단검사 기능을 추가하는 부분도 의료기관의 준비 상황에 따라 순차적으로 확대해나갈 것”이라고만 했다.

의료 현장도 어수선하다. 일반 의원에서 코로나 환자들을 받는다면 일반 환자들이 감염에 대한 두려움으로 발길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참여하는 의원이 많지 않을 거라는 얘기가 나온다. 의원 건물에 같이 입주한 상인들도 반대할 수 있다.


정부는 신속항원검사를 적극 도입한다고 하지만 정확성이 문제다. ‘양성’ 감염자를 ‘양성’으로 판정할 확률이 17~41%에 그친다. 홍기호 연세대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오미크론 감염은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으로 나오기 며칠 전부터 감염력이 있다”며 “위(가짜)음성이 속출할 수 있는 상황에서 신속항원검사 음성 결과만 믿고 돌아다니면 더 큰 문제”라고 했다.

일부 전문가는 2차 접종 완료자 중 밀접 접촉자들에 대해 자가 격리를 면제해준 부분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방대본에 따르면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백신의 감염 예방 효과는 2차 접종 후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감소하지만, 3차 접종을 받은 경우에는 중화항체가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차 접종 완료자들을 격리 없이 수동 감시만 하다가 통제력이 느슨해져 도리어 오미크론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실전에서 국민을 대상으로 임상시험만 하다간 확산세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고 했다. 정부는 아직은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입장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광주 등 4곳에서 시범 적용하는 진단 검사 변경을 언제 전국으로 실시할 것이냐는 물음에 “빨리 전환하는 것보다 적절한 타이밍이 중요하다”며 “현재 여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4개 지역의 추이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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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