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상 이스타항공 대표이사(부사장)가 성정의 자금력을 높게 평가하고, 인수·합병(M&A) 후 회사의 정상화를 자신했다.
이는 지난 2월 그가 이스타항공 회생절차 관리인으로 선정돼 그간 M&A의 성사를 위해 앞장서 온 전문가이자 회사 대표로서의 견해다. 김 대표이사는 서울회생법원도 성정을 이스타항공의 새로운 주인으로 인정한 만큼 향후 항공운항증명(AOC) 재획득 등 회사의 정상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은 이날 이스타항공의 우선협상대상자로 골프장 관리·부동산임대 업체 성정을 확정했다. 지난해 7월 23일 제주항공이 이스타홀딩스와 체결한 ‘이스타항공 주식매매계약’을 해제한다고 공시한 지 약 1년 만의 희소식이다.
다만 매출 규모로만 따지면 새우가 고래를 삼킨 격이 됐다. 성정의 연매출은 100억원도 되지 않는다. 관계사인 27홀 골프장 백제컨트리클럽과 토목공사업체 대국건설 등의 연매출을 모두 합쳐도 500억원을 밑돈다.
코로나19 위기 전인 2019년 이스타항공이 연매출 5000억원 규모를 냈으니, 딱 10분의1 수준이다. 이날 김 대표이사가 본지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은 시장의 우려에 대해 “성정은 유동자금이 충분한 튼튼한 기업으로 자금 조달에 문제 없을 것”이라고 가장 먼저 밝힌 배경이기도 하다.
현재 이스타항공의 공익채권인 체불임금과 퇴직금 등은 700억원대로 추정된다. 채권자가 법원에 신고한 회생채권은 약 1850억원으로, 총 2500억원가량의 부채가 있다. 회사의 정상화를 위해 AOC 재취득, 신규 항공기 리스 등 운영 자금도 필요하다.
김 대표이사는 “성정은 여러 차례 다른 항공사들의 투자에도 뛰어들었던 업체로 항공산업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며 “이스타항공의 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힘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성정 측에서 이번 거래를 이끄는 사람은 백제컨트리클럽과 대국건설산업 대표인 형남순 회장으로 알려졌다. 성정 대표도 형 회장의 아들인 형동훈 사장이 맡고 있다. 형 회장은 20대에 건설업계에 뛰어들어 지금의 성과를 이뤄낸 입지전적 인물로, 외부로 드러난 것보다 많은 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형 회장도 성정의 이스타항공 인수가 사실상 확정됐던 지난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부동산만 매각해도 800억원을 확보할 수 있고, 골프장도 2000억원이 넘는다”며 “돈이 없다면 인수를 하지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 대표이사는 아직 M&A가 끝나지 않은 만큼 조속히 절차를 마무리하고, AOC 재획득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법원을 도와 이스타항공이 연내 비행에 나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일단 당면한 과제는 회사 정상화의 청신호가 될 AOC 재획득으로 준비에 차질이 없게 하겠다”고 말했다.
성정은 28일부터 이스타항공에 대한 정밀실사를 진행한 후 늦어도 내달 첫째 주에는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후 부채상환, 유상증자 등의 계획을 담은 회생계획안을 같은 달 20일까지 법원에 제출하면 매각 절차는 끝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성정이 승자의 저주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자금력도 중요하지만 대내외환경도 뒷받침돼야 한다”며 “가뜩이나 성정이 자금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평을 받는데 코로나19 변이바이러스 등으로 항공업계의 실적 회복이 더뎌지면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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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