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
전문가들, 방사능 오염수 방출에 우려
"정상 원전과 사고 오염수는 다른 사안"
"사고 원전 오염수 방류 영향 알 수 없어"
"당장 여파 적더라도 일본 감시·압박해야"
일례로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 알스프) 장치로 여과해 '처리수'라는 이름으로 표현하고 있다.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원전 오염수를) 마셔도 괜찮다"는 등 주변국의 우려를 이해하지 못하는 발언으로 빈축을 샀다.
그러나 방사성 물질이 남아있는 오염수를 일방적으로 해양에 흘려보내기로 결정한 것은 환경, 안전에 대한 우려를 키우는 것은 물론 국제적 협의가 부족했다는 점에서 적절치 않다는 게 국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125만t 처리수 보관 중...제거 불가능한 방사성 물질 남아
후쿠시마 원전은 지난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핵연료가 들어있는 노심이 녹는 사고가 발생했다. 10년이 지난 현재까지 고농도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물이 하루 180t(2019년 기준)씩 나오고 있다.
오염수에는 다량의 핵물질이 들어있는데, 도쿄전력은 오염수를 알프스로 여과해 저장탱크에 넣어 원전 부지 내에서 보관 중이다. 그러나 처리수에는 알프스로 제거할 수 없는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트리튬)이 남아있다.
원전 부지 내 1000여개 탱크에 보관할 수 있는 오염수는 137만t인데, 현재 125만t이 저장돼 있으며 2022년 10월이면 저장탱크가 가득 찬다. 일본 정부는 더는 방출을 미룰 수 없어 바닷물로 처리수를 100배 이상 희석해 방류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주변국과 국제환경단체는 물론 현지 어민들도 알프스로 오염수를 희석해도 트리튬 등 방사성 물질의 총량은 변함이 없다는 점에서 환경과 인체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 포함된 트리튬의 양은 지난해 10월 말 기준 약 860조 베크렐(㏃)에 달한다. 일본 정부는 연간 오염수를 트리튬 기준 22조 베크렐로 제한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있는 양만 해도 해양 방류에 30년 이상 시간이 걸리는 셈이다.
"정상 원전과 사고 오염수는 다른 사안"
일본 정부는 트리튬을 포함하는 처리수의 해양 방류는 국내외 원전에서도 실시하고 있다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는 정상 원전의 경우와 비교하는 것이 맞지 않다고 보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관계자는 "후쿠시마 오염수는 알프스로 처리해도 삼중수소는 거를 수 없다. 정상 원전에서는 삼중수소를 희석해 배출하는 것이 문제 없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 오염수는 다른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수로형 원자로인 월성 원전은 삼중수소제거설비(TRF)가 있는데, 후쿠시마 오염수에는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다. (일본 경제산업성 산하) 전문가 소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후쿠시마 오염수의 삼중수소를 제거할 수 있는 기술은 없다"고 강조했다.
최경숙 시민방사능감시센터 활동가도 "방사성 물질은 반감기를 지나 에너지가 소멸하지 않는 한 기체화해도 제거되지 않는다"며 "일본이 녹아내린 핵 연료를 제거하기 전까지 방사성 물질 오염수는 계속 생성되는데,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에 보관한) 125만t 오염수는 시작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후쿠시마 원전 사고 오염수 방출은) 그동안 유례 없는 상황으로, 이에 따른 영향을 정확히 아는 전문가는 없다"라며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정확한 계획을 밝히고 있지 않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원안위는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에 전날 서한을 보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출 결정에 대한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심사를 요구한 상황이다. 오는 19일에는 일본 규제위의 심사 절차와 규제기관 차원에서의 모니터링 방안에 대한 질의서를 추가 발송할 계획이다.
"당장 심각한 영향 없어도…日 감시·압박해야"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류가 당장 우리 바다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더라도, 일본의 일방적 결정에 대한 이의제기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가 방류된 이후 북태평양 해류 등을 타고 돌아와 우리나라 해역에 유입되므로 당장 심각한 영향을 줄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국제협약에 의해 가능한 한 오염수에 대한 해양 방류를 피해야 하므로 그런 관점에서 이의제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해양 오염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국제적 원칙 하에 일본 정부를 압박해 국제적인 감시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며 "특히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로 세계 원전 산업에 악영향을 미쳤는데도 관련 대첵이나 기구를 출범시키려는 노력도 없이 10년간 침묵을 지켰다"고 비판했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도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가 오염수 방류의 위험성을 주장하는 것보다는 일본에 감시와 정보공개 및 검증을 요구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한편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 과정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국제원자력기구(IAEA) 전문가단에 한국인 전문가를 파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IAEA가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에 대해 "국제적으로 관행에 부합한다"며 결정을 두둔하는 취지의 성명을 내 실효성에 대한 기대감은 크지 않은 분위기다.
엄재식 원자력위원회 위원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IARA 차원의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과정에 대한 검증과 관련해 "실효성 측면에서 여러 가지 의문점이 있을 수 있다"며 "범정부 TF를 통해 좀 더 실효적인 방안과 조치들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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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