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공직자 재산등록..부당이익 소급 몰수"

당·정 "모든 공직자 재산등록하도록 추가 입법"
하위직 공무원·공공기관 직원까지 150만 대상
고지거부 두고선 차명투기 못잡아 실효성 논란
부동산 업무시, 관련지역 내 신규취득 원천 금지
홍남기 "공직자 되려면 감내할 마음으로 발들여야"

한국토지주택공사(LH)투기의혹 사태 후속 조치로 정부가 모든 공직자의 재산등록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모든 공무원 재산을 등록할 경우 대상이 150만명에 달해 사실상 감시가 불가능한데다, 독립적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등의 경우에는 직계존비속이라도 재산등록을 거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효성 없는 민심 달래기용 전시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모든 공직자 재산등록 추진”…차명투기 차단 실효성 논란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28일 LH 사태 방지대책과 관련 모든 공직자의 재산등록을 의무화하는 입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김태년 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회에서 “4월 국회에서 공직자 투기근절 제도화 수준을 더 높이겠다”며 “모든 공직자가 재산을 등록하도록 추가 입법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재산 등록 대상은 4급(서기관) 이상으로, 이 가운데 1급 이상 고위공무원 재산이 일반에 공개된다. 이같은 기준은 지난 1993년 공직자윤리법 개정에 따른 것으로 현재까지 이어져왔다. 공직자 재산등록 및 공개 대상은 2019년 기준 14만 1758명이다.

‘모든 공직자’를 재산등록 대상으로 확대한다는 것은 정부 부처 공무원의 하위 직급뿐 아니라 공기업과 공공기관 직원에까지 모두 재산등록을 의무화하겠단 의미다. 이렇게 되면 재산등록 대상자는 전체 공무원 111만여명에 공공기관 직원 41만여명(2019년 말 기준) 등 모두 150만여명에 달하게 된다.

그러나 이같이 재산등록 대상을 확대해도 투기를 잡아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실효성 없는 전시행정이란 지적이 나온다.

현행법상 재산신고 대상자의 배우자는 재산등록을 반드시 해야 하지만 직계 존·비속의 재산은 독립생계를 유지하는 존·비속의 경우 ‘고지거부’를 할 수 있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고위공직자 재산공개의 고지 거부율은 34.2%로 최근 5년간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족 명의로 투기를 하고도 고지를 거부하면 제재할 수단이 없다는 점에서 모든 공무원의 재산등록이 취지는 살리지 못하고 ‘공직사회 때리기’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해외 사례를 봐도 OECD 국가의 대부분이 선출직과 고위공무원에 한정해 재산을 등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주요국 가운데에서는 1970년대 부정부패가 만연했던 홍콩 정도가 전체 공무원을 재산등록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부동산 관련직 신규취득 원천 금지…홍남기 “공직자, 엄격 기준 감내해야”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간 형평성 문제도 논란이다. 공공기관 사이에서는 공공기관 임직원이 공무원과 같은 수준의 규제를 받는 것이 공정하냐는 반발이 벌써부터 나온다. 금융 공공기관 직원 A씨는 “사회주의식 발상”이라며 “문제가 터질 때마다 포퓰리즘, 땜빵식으로 대책을 만드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한 경제부처 소속 공무원은 “과도한 조치”라며 “소수의 일탈에 대한 책임을 전체 공직사회에 부과해 대다수 청렴한 공무원들을 허탈하게 만들고 있다”고 했다.

김창호 공무원노조 대변인은 “이같은 조치는 이번 사태를 구조적인 차원에서 해결하기보다 또다시 하위직공무원을 희생양 삼으려는 것에 불과하다”며 “보여주기식 행정을 중단하고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동산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공직자는 업무관련 지역 내 부동산 신규 취득을 원칙적으로 제한하기로 한 조치는 개인의 재산권 침해라는 지적이 나온다. 농지 취득과 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의 농지법 개정은 귀농·귀촌을 장려해온 정책과 역행하는 조치라는 점에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는 공직사회 기강확립과 국민 불신 해소를 위해서는 감내해야한다는 입장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지난 26일 부동산시장점검회의에서 “공직자는 목민관으로서 공렴의 의무가 있는 만큼 공직자로 남아 있으려면 보다 엄한 기준과 책임, 제재를 감내해야 할 것”이라며 “앞으로 공직자가 되고자 한다면 역시 이를 감내할 마음으로 공직사회에 발을 들여 놓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29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LH 사태 재발방지대책을 확정하고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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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