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 조치로 손님 줄면서
작년 해외점포 크게 감소
中 271개·美 108개 철수
‘집밥 백선생’의 마법도 코로나19는 이기지 못했다. 한국 라면, 만두 등 ‘K푸드’ 열풍 속에서도 국내 외식기업들의 해외 매장들은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전 세계적으로 이뤄진 록다운(봉쇄조치)으로 손님들 발길이 뚝 끊기며 10% 가까운 매장들이 사라진 것으로 집계됐다.
■외식기업 해외 점포수 10% 줄어
26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낸 ‘2020년 외식기업 해외진출 실태 조사’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된 국내 외식기업 2243곳의 지난해 해외 점포 수는 3945개로 전년(4319개) 대비 374개 줄었다. 주 감소 지역은 중국, 미국 등이었다. 중국 매장 수는 1919개에서 1648개로 271개 감소했다. 브랜드 수도 전년도보다 4개 감소한 87개로 집계됐다. 미국에서도 매장이 547개에서 439개로 108개 줄었다.
백종원씨가 ‘K외식’의 세계화를 꿈꾸며 선보인 한식브랜드 본가는 중국에서 점포를 42개에서 22개로 절반으로 줄였고, 캄보디아에서 운영했던 점포는 문을 닫았다. 한식 전문점인 본가키친과 서울키친은 각각 중국과 일본에서 철수했다. 미국에서 ‘한국의 맛’을 알리던 평양냉면 전문점 우래옥도 눈물을 머금고 문을 닫았다.
■치킨·빵도 코로나19로 고배
해외시장에 문을 두드린 한국 치킨, 빵(베이커리) 업체들도 고개를 숙였다. 중국에서 K드라마의 인기와 함께 인기를 끌었던 치킨 전문점 제너시스비비큐는 점포 1곳만 남겨 놓고 모두 철수했다. 대신 미국과 대만 등에서 매장을 늘려 해외 점포수가 129개에서 93개로 줄어들었다.
CJ푸드빌의 베이커리매장 뚜레주르 매장도 344개에서 272개로 72개를 닫았다. 매운 라면으로 유명한 틈새라면도 중국, 대만, 말레이시아에 진출했지만 모두 문을 닫았다. 해외시장에서 폐업한 브랜드는 11곳에 달한다. 외식업체의 해외 매출도 줄어들었다. 연평균 매출 10억~30억원 미만 규모 매장 비중은 15.6%에서 11.3%로 줄었다. 3억~10억원 규모 매장도 24%에서 19.7%로 감소했다.
농림부 조사 결과 코로나19로 인해 외식 기업 가운데 약 절반이 해외 진출 전략을 재검토 중이라고 밝혀 ‘K외식’의 세계시장 확대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전체 응답자 중 68%가 해외 매출이 감소 추세라고 답했다.
■희비 엇갈린 식품·외식 업계
외식 기업들의 위기는 코로나19 영향이 크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25일 오전 10시 기준으로 세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1억1307만명에 이르고 있다. 대면시설을 꺼리면서 외식 기업들의 해외 매장 매출액은 전년보다 20.3% 감소했다. 대신 라면, 만두, 김치 등 간편식을 제조 판매하는 식품 기업들은 해외시장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CJ제일제당은 해외사업 부문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49.1% 증가하면서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했다. 농심과 오리온도 해외시장에서 성장하며 실적 경신을 이뤘다.
외식기업 관계자는 "진출 국가 수를 늘리는 대신 핀셋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백신 접종률이 확대되고 일상 복귀로 이어질 때까지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서용구 숙명대학교 교수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외식시장도 비대면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면서 해외진출한 기업들이 고전하고 있다"면서 "해외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이종 산업 간 협업과 같이 새로운 고객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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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