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친족 증여 1조원 분할 대상 포함 등
"근거 없이 현재 보유 재산으로 추정, 위법"
재산분할, 재판부 직권주의... '재량' 해석에
4개월 내 대법 심리불속행 기각 가능성도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간 '세기의 이혼' 항소심 법원이 통상의 이혼소송과 달리 혼인파탄 시점과 재산분할을 계산하는 기준(기산점)을 다르게 잡은 것을 최 회장 측이 문제 삼아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법원이 최 회장 측 손을 들어줄 경우 '세기의 이혼 소송'이 다시 한번 열릴 수 있게 된다.
14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 회장 측은 대법원에 제출한 상고이유서에서 항소심이 재산분할 대상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일부 혼인파탄 시점에 대해 법리를 오해해 판단했고, 심리가 미진했다고 주장했다.
항소심은 혼인파탄 시점을 최 회장의 이혼소송에서 노 관장이 반소를 제기한 2019년 12월로 봤다. 기존 판례상 재산분할 대상과 그에 따른 분할액은 이혼소송 사실심(항소심) 변론종결일(최 회장 사건은 올해 4월)을 기준으로 한다. 하지만 혼인파탄 시점과 변론종결일 사이에 생긴 재산의 변동에 대해 예외를 둔다. 그사이 부부 공동생활을 위한 것이 아닌 이유로 분할 대상 재산을 소비·은닉하는 경우 등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즉, 일방이 방출해 지금은 없는 재산도 있는 것처럼 '추정'할 수 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최 회장의 증여 부분 재산분할 기산점을 따질 때는 혼인파탄 시점을 노 관장 반소 제기일(2019년 12월)보다 앞선 이혼조정신청 시점(2017년 말)으로 봤다. 최 회장은 2018년 11월 일부 주식(당시 가액 9,200억 원)을 친족들에게 무상증여했는데 항소심 재판부는 재산분할 기산점을 앞당기면서 증여분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했다. 이혼조정 신청 이후 노 관장의 동의나 양해 없이, 부부공동생활을 위해서가 아닌 친족들에 대한 보답 차원이었단 점을 들어 현재도 보유한 재산으로 추정한 것이다.
최 회장 측에선 이 증여가 당초 항소심이 정한 혼인파탄 시점과 변론종결일 사이 생긴 재산관계 변동이 아니기 때문에 기존 판례에 따라 재산분할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해당 무상증여가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부부 공동생활을 위한 행위라는 점도 강조했다.
아울러 최 회장 측은 이 증여분을 재산분할대상으로 삼더라도 증여 당시 가액이 아닌 항소심 변론종결일 기준인 5,700억 원으로 산정해야 했다고도 주장했다. 무상증여분까지 분할대상으로 보면 최 회장은 현재 4조 원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지만, 변론종결일 기준 SK 지분 등 최 회장 재산은 약 2조 원에 불과하다. 노 관장에게 1조3,808억 원을 지급하기 위해 주식을 처분하고 세금 등을 내고 나면 최 회장은 무일푼이 되고, 최 회장 재산은 사실상 전부 노 관장에게 건네져 '0대 100'의 상황이 생긴다는 얘기다.
법조계에선 최 회장 측 주장이 타당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 반면, 이 주장을 대법원이 물리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 재산분할은 법원의 재량권이 상당히 보장되는 '비송사건'이라 재판부의 직권주의에 따라 이혼 당사자 재산을 어떻게 나눌지에 대한 재판부 재량을 상당히 인정한다는 것이 배척 근거로 거론된다. 이런 시각에선 항소심이 재산의 속성이나 처분 경위 등에 따라 혼인파탄 시점과 재산분할 기산점을 달리 적용하는 것도 허용 가능하다. 11월 초 심리불속행 기각설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 원의 범죄수익 환수 등의 문제가 얽혀 있어 대법원이 오랜 기간 심리한 후 결론을 내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이혼 전문 변호사는 "재판부의 재량권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이 사건은 일반 사건에 비해 이례적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매일한국,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