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여사 ‘명품백’ 불기소 권고에
박준영 변호사 “국민 납득 못해”
시민단체 “무혐의 위한 들러리”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가 불기소 처분을 검찰에 권고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시민사회는 “공직사회 청렴도를 무너뜨렸다”며 비판했다.
수심위 제도 도입 논의에 참여한 박준영 변호사(사진)는 불투명한 논의 과정을 지적했다.
반부패운동을 해온 시민단체들은 8일 “(수심위가) 대통령 부부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요식 행위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장동엽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간사는 기자와 통화하며 “사건 관계자인 최재영 목사의 입장을 같이 듣는 것이 합리적인데도 수심위는 최 목사를 배제한 채 진행됐다”며 “수심위가 어떤 자료를 근거로 표결했고, 수심위원 목록 등이 전혀 공유되지 않고 있으니 ‘김 여사 무혐의’라는 결론을 내기 위한 들러리로 쓰인 것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2018년 검찰개혁위원회에서 수심위 제도 설계에 참여한 박준영 변호사도 지난 7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심의위원·찬반 결과 미공개, 심의기록 부재 등을 지적하며 “‘수사팀과 변호인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심의해 불기소 처분으로 의결했다’는 결론만 공개한 지식인들(전문가)의 논의 결과를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겠나”라고 했다. 그는 “검찰개혁위에서 수심위 도입을 논의할 때, 이렇게 형식적으로 운영될 것으로 예정하지 않았다”며 “신뢰 회복을 위해 도입한 제도의 운영을 이런 식으로 하면서 제도의 취지와 논의 결과의 권위를 말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계속 이렇게 운영하는 것보다 더 이상 세금을 쓰지 말고 폐지하는 게 나아 보인다”고도 했다.
불기소 권고가 향후 공직사회 규율을 무너뜨릴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이영기 호루라기재단 이사장은 8일 “이번 수심위 권고는 앞으로 공직사회 내 온갖 파행이 용인될 수 있다는 언질을 준 것”이라며 “대통령 부인이 연루된 일이 요식 행위로 얼렁뚱땅 넘어가면서 시민들은 도덕적 불감증을 더 피부로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한범 한국투명성기구 대표는 “가장 솔선수범해야 하는 지위에 있는 사람이 아무런 사법적 책임도 지지 않고, 재판조차 받지 않는다면 공직자들은 왜 청탁금지법을 지켜야 하는지 의구심을 가질 것”이라며 “청렴에 대한 국민 인식이 높아졌는데도 국민권익위원회와 검찰은 사회의 청렴 수준을 역행해 어떻게든 (대통령 부부에게) 면죄부를 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시민들도 수심위 결정이 “상식선을 벗어났다”며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경기 부천시에 사는 직장인 김모씨(54)는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일수록 비싼 선물을 받으면 안 된다고 가르치지 않느냐”며 “선진국일수록 부패가 없어야 하는데 오히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하니 부패와 청렴의 선이 무너진 것 같다”고 말했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명품백 받은 사람은 불기소인데 명품백 준 사람은 왜 조사하냐” 같은 내용의 글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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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