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대 앱 '진료 가능' 떠도 병원에선 '불가능'… 틀린 정보가 뺑뺑이 더 돌린다

실제 상황과 다른 병상·의료진 정보 제공
틀린 정보로 전화 돌리느라 이송 지연돼

구급대원 A씨는 최근 "콘택트렌즈가 눈 안쪽으로 말려 들어갔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던 사례를 털어놓았다. 대원들이 현장에서 눈 세척을 하면서 렌즈를 빼려고 여러 번 시도했지만 소용없었다. 의료진 도움이 절실했다. 대원들은 인근 병원 응급실 병상 정보가 뜨는 구급대용 애플리케이션(앱)을 확인해, '안과 진료 가능'이라고 표시된 병원 세 군데에 전화를 돌렸다. 하지만 하나같이 "안과 진료를 볼 사람이 없어 어렵다"는 답이 돌아왔다. A씨는 "정확한 정보가 공유되면 적어도 전화 뺑뺑이 시간은 줄지 않겠냐"고 답답해했다.


현장 구급대에 공유되는 응급실 병상 정보가 실제 응급실 상황과 맞지 않아 신속한 응급 환자 이송을 가로막고 있다는 현장 구급대원들의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앱에는 진료 가능하다고 남은 병상 수까지 표시되는데 병원 측에선 "올 수 없다"는 답이 돌아오는 경우가 많아, 이송병원 선정을 위한 '전화 돌리기' 시간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구급대원들이 앱으로 받는 정보는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가 각 병원에서 제공된 병상 정보를 실시간으로 취합한 자료다. 구급차에 구비된 태블릿을 통해 △심폐소생술(CPR) 및 수술 가능 여부 △종류별 가용병상 수 △시간대별 진료가 제한된 과 등 각 병원 응급실 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 일선 구급대원들은 이걸 보고 어떤 병원으로 환자를 옮길지를 판단한다. 정보는 한 시간마다 최소 4회 갱신될 수 있도록 권고된다.

하지만 현장 구급대원들 얘기를 들어보면 태블릿의 정보와 병원 실제 상황이 다르고, 제대로 업데이트가 안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진료 가능한 과로 표기돼 있으나 의료진 부재로 이송이 불가한 경우가 있고, 병상이 있다고 나오지만 실제로 없는 경우도 있다.

정보 공개 범위가 '제한적'인 점도 문제다. 지난주 뇌출혈이 의심되는 안와골절 환자를 태우고 1시간 30분 남짓 전화를 돌렸다는 구급대원 B씨는 "진료 제한이라고 따로 표기돼 있지 않다 보니 이송 가능하다 생각하고 연락했는데 '어렵다'고 했다"면서 "과마다 진료 가능 현황을 자세히 공유해야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관리 주체인 중앙응급의료센터는 정보상 오류가 없는지 계속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다만 확인을 위해 병원에 수시로 정보를 요청하기에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이다. 센터 관계자는 "가용병상 수는 각 의료기관에 구축된 시스템에서 자동으로 전송되고 있어 오류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의료장비에 문제가 생기거나 인력이 없어 진료가 어려운 상황이라면 안내 메시지를 표출해달라고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선 구급대원들은 일분일초가 급한 상황에서 틀린 정보로 인해 적절한 치료 시간을 놓칠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한다. 구급대원 C씨는 "코로나 때도 이렇게까지 심하진 않았다"면서 "병원 선정을 못 해 환자 앞에서 전화만 내내 돌리는 상황이 너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B씨도 "이송 때 불필요하게 소모되는 시간을 줄이려면 우선 기관 간에 정보 공유가 원활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매일한국,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