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불이 난 전기차의 수입사인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13일 자사 전기차에 쓰인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했다. 앞서 현대차·기아와 BMW코리아도 소비자들 요구에 따라 선제적으로 전기차 배터리를 어느 회사가 만들었는지 한꺼번에 알렸고 일부 업체는 이날부터 전기차 무상 점검에도 나섰다. 완성차 업계가 전기차 운전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하는 모습이다.

벤츠코리아는 이날 오전 홈페이지에 '전기차 차종별 배터리 셀 제조사 현황'이라는 제목의 안내문을 올리고 8개 전기차종의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했다. 1일 인천 화재가 난 지 12일 만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불이 난 전기 세단 EQE 모델의 경우 300 트림(CATL)을 뺀 나머지 트림(EQE 350+, 350 4MATIC 등)에 글로벌 10위권 배터리 제조사 중국 파라시스 배터리를 썼다. 그 밖의 차종에는 CATL과 파라시스, SK온 등이 모델과 트림별로 나뉘어 적용됐다.

벤츠코리아 측은 "소비자 및 시장의 요구에 따라 관련 정보를 공개하기로 했다"며 "모든 벤츠 전기차 배터리(배터리 팩)는 벤츠가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에서 생산된다"고 설명했다. 자동차용 배터리는 배터리 셀→모듈→배터리 팩의 순서로 만들어진다.이날만 해도 스웨덴 자동차업체 볼보·폴스타와 국내 업체 KG모빌리티(KGM)도 홈페이지 등을 통해 전기차 배터리 정보를 공개했다. 볼보 XC40 리차지와 C40 리차지는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가 쓰였고 KGM의 토레스 EVX와 코란도 EV에는 중국 BYD 제품이 적용됐다. 폴스타2에는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가 탑재됐다.

이로써 이날까지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한 곳은 국내외 총 7개 기업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40개 전기차 중 중국산 배터리를 활용한 비율은 약 30%였다. 업계에서는 나머지 완성차 업체들도 배터리 제조사를 알릴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차 무상점검 실시하고 전기차 신차 출시 예정대로

일부 완성차 업체들은 이날부터 전기차에 대한 불안을 줄이기 위한 행보에도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미 판매된 전기차는 무상점검을 실시해 운전자를 안심시키고 신차 발표를 앞둔 업체들은 예정대로 출시를 진행하면서도 배터리 안전성을 적극 알려 소비자 불안 해소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현대차·기아는 이날 전기차 안심 점검 서비스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현대차·기아는 전국 서비스 거점에서 전기차를 무상 점검해 주기로 했다. 현대차·기아·제네시스의 승용과 소형 상용 전기차 모든 차종이 대상이다.

검사는 차량의 절연저항과 전압편차, 냉각시스템, 연결 케이블·커넥터 손상 여부, 하체 충격·손상 여부, 고장 코드 발생 유무 등 9개 항목에서 이뤄진다. 서비스 희망자는 각 사 고객센터를 통해 평일·토요일 중 원하는 일정과 장소를 선택해 예약한 뒤 방문하면 된다.

벤츠코리아도 14일 전국 75개 공식 서비스센터를 통해 벤츠 전기차에 대한 무상 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이날 알렸다. 벤츠코리아는 또 국토부는 권고한 화재가 난 EQE 차량에 대한 전수 점검도 수용할 것으로 전해졌다.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는 쿠페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폴스타4를 이날 한국 시장에 공식 출시했다. 함종성 폴스타코리아 대표는 "폴스타4에 중국 CATL 배터리를 탑재하는 것에 대한 소비자들의 문의가 많다"며 "다만 중국산 배터리는 화재가 많이 나고 국내산이 안전하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폴스타4에는 CATL의 100킬로와트시(kWh) 리튬이온 배터리가 들어 있다. 폴스타 관계자는 "폴스타4에는 최근 화재로 이슈가 됐던 NCM(니켈·코발트·망간)811이 아닌 NCM523이 쓰여 화재로부터 안전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NCM 뒤에 붙는 숫자 '811' '523'은 니켈, 코발트, 망간의 혼합 비율을 뜻한다.

포르쉐도 22일 출시를 앞둔 고성능 전기차 타이칸의 부분변경 모델을 일정 변경 없이 국내에 투입할 계획이다. 출시 후 4년간 화재 등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검증된 모델이고 배터리도 LG에너지솔루션의 NCM 배터리를 채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르쉐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소비자 신뢰가 높은 국산 배터리가 적용된 모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