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급하게 진화 나섰지만 갈등 '일파만파'
광복회 "김형석 임명 철회"... 金 "사퇴 없다"
역대 정권에서 반복... 강도는 이번이 '최고조'
뒤늦게 진화 나선 대통령실... 단호한 광복회
윤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할 당시 멘토로 통하던 이종찬 광복회장이 불을 지폈다. 국가보훈부가 6일 김 관장을 임명하자 일제 식민지배를 정당화하려는 왜곡된 역사관의 '뉴라이트'라고 지목했다. 김 관장이 지난해 12월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1948년 8월 15일이 진정한 광복"이라고 한 발언을 문제 삼았다. 이 회장은 나아가 김 관장 임명에 건국절 제정을 추진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면서 광복절 행사 보이콧을 주장했다. 광복회는 독립기념관장 추천 절차에도 문제가 있다며 오영섭 임원추천위원장 등 관계자에 대한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건국절 논란은 2006년 이영훈 서울대 교수 중심의 뉴라이트계 인사들이 '1948년 건국절'을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대한민국 건국시점은 임시정부를 수립한 1919년 4월 11일이 아니라 이승만 정부가 출범한 1948년 8월 15일이라는 것이다. 임시정부와 독립운동의 역사는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공식 대응을 자제하던 대통령실은 파장이 커지자 건국절 추진설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전광삼 시민사회수석을 보내 이 회장 설득에도 나섰다. 하지만 상황은 별반 달라진 게 없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첫 광복절인 2022년 경축사에서 1919년 수립된 임시정부의 적통을 이미 인정했다"며 "1948년 건국절 제정을 추진했던 과거 우파 진영 일각의 역사관을 넘어선 것으로 평가됐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광복회는 요지부동이다. 이 회장은 이날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난 후 취재진에 "건국절을 안 하겠다는 (정부의) 이야기는 들었다"면서도 "공식적 액션이 있어야 믿을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이 김 관장 임명을 속히 철회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되지만, 김 관장은 물러나지 않을 태세다. 김 관장은 12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독립운동가를 폄훼하고 일제강점기의 식민 지배를 옹호한다는 의미로 말하는 뉴라이트가 아니다"라고 반박하며 되레 자신을 둘러싼 논란을 '마녀사냥', '인민재판'에 빗댔다. 건국절 제정에 대해서는 "반대한다"고 밝힌 뒤, 1948년 정부 수립보다 1945년 해방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결정적으로 김 관장은 '사퇴 의사는 없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대통령실 역시 김 관장의 선임 절차는 적법하게 이뤄졌다는 입장인 만큼, 광복회의 임명 철회 요구가 관철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역대 정부마다 반복된 논쟁... "소모적"
건국절을 둘러싼 대립은 과거에도 있었다. 다만 강도가 달랐다. 이명박 정부는 1948년을 기준으로 2008년 당시 '건국 60주년 사업'을 진행했다. 박근혜 정부는 국정역사교과서에 '1948년 건국절'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추진했다. 대통령실이 극구 부인하는 윤석열 정부의 사례와는 차이가 크다. 반대로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우 2017년 광복절 기념식에서 "2년 후 2019년은 대한민국 건국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라며 1919년 임시정부 수립일을 대한민국의 건국일로 못 박아 보수 진영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한 독립운동계 관계자는 "내년은 뜻깊은 광복 80주년인데 아직도 이런 소모적 논쟁이 반복되는 상황이 개탄스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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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