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결단 與 당권 승부 오늘 갈린다... 누가 돼도 폭풍 속으로

한동훈 당선 시 당 안팎 견제 거셀 듯
원·나 당선 시엔 한 지지층 반발 예상
윤 대통령 거부권 무력화 가능성도
최종 투표율 48.51%...김기현 때보다 낮고, 이준석 때보다 높아

▲ 국민의힘 한동훈(왼쪽 사진부터) 나경원 윤상현 원희룡 당대표 후보.
국민의힘을 이끌 새 지도부가 23일 결정된다. 이번 전당대회는 '분당(分黨)대회'라고 불릴 정도로 상호 비방과 폭로가 극에 달했다. 대세론을 몰아 한동훈 후보가 당권을 잡아도, 아니면 다른 후보가 판을 뒤집어도 쌓인 앙금을 풀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오히려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갈등이 고조돼 윤석열 대통령의 남은 3년 임기 동안 파열음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여당이 총선 참패 이후 석 달 만에 다시 격렬한 후폭풍에 휘말릴 전망이다.

한동훈 당선 시 당 안팎 견제 거셀 듯
각종 여론조사 추세는 한 후보가 우위에 서 있다. 그가 당대표에 선출되면 당 안팎의 거센 견제가 불가피하다. 특히 한 후보는 최우선과제로 당정관계 재정립을 내걸었다. 대통령실과의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당대표 경선과정에서 대통령실은 김건희 여사의 문자를 공개하고, 원희룡 후보가 출마로 돌아선 배후로 지목됐다. 그만큼 한 후보의 당선을 저지하는 데 필사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국민의힘 대표를 지낸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최근 CBS라디오에서 "(윤 대통령은 한 후보 당선 이후) 일주일 있다가 (축출을)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내에선 친윤석열계의 행보가 주목된다. 한 후보는 당대표가 되더라도 2028년 총선 공천권이 없고, 대선에 출마할 경우 내년 9월에는 사퇴해야 한다. 더구나 현역의원이 아닌 '원외' 당대표다. 친윤계가 주류인 '원내'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채찍도 당근도 부족한 상태다. 최고위원 후보로 나선 친윤계 김민전·인요한 의원이 당선될 경우 당대표와 엇박자를 낼 공산이 크다.

야권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 전당대회 과정에서 불거진 한 후보의 댓글팀 운영 의혹을 다룰 태스크포스(TF)를 만들기로 했다. 조국혁신당은 같은 사안으로 한 후보를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하며 압박수위를 높였다.


원·나 당선 시엔 한 지지층 반발 예상...거부권 무력화 가능성도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28일 1·2위 후보가 결선투표를 치른다. 한동훈 대세론이 꺾이는 상황이다. 아울러 반한동훈 세력은 결집할 수 있는 결정적 계기를 잡는다. 원희룡·나경원·윤상현 후보 가운데 한 명이 한 후보의 대항마로 나서는 시나리오다.

한 후보 외의 다른 후보가 당권을 잡을 경우 당정관계는 당장 안정될 수 있다. 하지만 친윤계가 조직력으로 한동훈 대세론을 무너뜨렸다는 평가가 나올 경우 반대로 한 후보 지지층의 거센 반발이 불가피하다.

특히 전당대회를 거치며 원내에서 10명이 넘는 친한동훈계 의원이 뭉쳤다.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을 무력화할 수 있는 숫자다. 현재 국민의힘 의원은 108명인데, 이 중 8명만 이탈해도 재표결을 통해 거부권 행사 법안을 다시 통과시킬 수 있다. 채 상병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비롯해 윤 대통령을 겨눈 야당의 공격을 막을 수 없는 것이다.


막판 선거전...변수 관리한 한, 텃밭 돈 원·나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22일 후보들은 혼신의 힘을 다했다. 한 후보는 '변수 최소화'에 집중했다. 평소와 달리 취재진과의 즉석 질의응답을 피했다. 다른 후보들은 막판 뒤집기에 주력했다. 원 후보는 대구 서문시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탄핵으로 대통령 임기를 중단시키려는 거대 야당의 음모가 진행되고 있다"며 "경험과 정체성, 동지 의식을 가진 지도부가 세워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 후보는 부산 자갈치시장에서 기자들에게 "누가 안정된 당을 만들 것인지, 통합할 수 있을 것인지가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와 부산 모두 국민의힘의 텃밭으로 분류되는 곳이다. 윤 후보는 국회 소통관에서 "탄핵의 굿판을 당장 집어치우라"며 야당의 윤 대통령 탄핵 시도에 맞섰다.

최종 투표율 48.51%...김기현 때보다 낮고, 이준석 때보다 높아


이날 전당대회 최종 투표율은 48.51%로 집계됐다. 직전 전당대회인 지난해 3· 8전당대회의 투표율 55.10%(김기현 대표 당선)보다 낮고, 2021년 6·11 전당대회 투표율 45.36%(이준석 대표 당선)보다 높다. 과열됐던 전대 열기에 비해 낮은 투표율을 두고 해석이 엇갈렸다. 한동훈 캠프의 정광재 대변인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워낙 처음부터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이라 언더도그(열세 후보)를 지지하는 분들이 적극적으로 투표에 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나 후보는 YTN라디오에서 "연설회와 토론회가 거듭되면서 한 후보에 대한 막연한 환상, 기대가 많이 깨진 것 같다"고 정반대 해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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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