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
올 1분기 말 1.52%로 크게 상승
취약차주 연체율은 10% 넘어서
“적극적인 채무 재조정 추진 필요”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이 2년 새 3배 수준으로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와 경기 위축 탓에 빚을 제때 갚지 못하는 자영업자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2024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2022년 2분기 말 0.50%에서 올해 1분기 말 1.52%로 3배 급등했다. 같은 기간 0.56%에서 0.98%로 늘어난 가계대출 연체율보다 상승 폭이 가파르다.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취약차주(다중채무자이면서 소득이 낮거나 신용점수가 낮은 사람)를 중심으로 크게 증가했다.
상환능력이 부족한 취약차주 수 비중은 자영업자가 12.7%로 가계(6.4%)의 두 배에 가까웠는데, 이들의 올해 1분기 연체율이 10.21%까지 치솟았다. 가계 취약차주의 연체율 9.97%보다 높은 수치다. 이 수치는 지난해 1분기 7.49%에서 2분기 8.18%로 8%대를 돌파한 뒤 3분기 8.50%, 4분기 9.19% 등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한은은 자영업자의 이 같은 연체율 상승세는 평균 연체액보다는 연체차주 수 증가에 기인한 것으로 봤다. 올해 1분기 말 자영업자 연체차주의 1인당 평균 연체액은 1억2200만원으로 연체율 상승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인 2022년 2분기 말의 1억400만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반면 연체자 수 비중은 같은 기간 1.57%에서 4.20%로 크게 상승했다. 자영업자의 신규 연체 진입률 역시 2021년 4분기 0.47%에서 올해 1분기 1.52%로 1% 포인트 넘게 상승했다. 전분기에 이어 계속 돈을 갚지 못하는 연체 지속률도 올해 1분기 말 74.6%로 2017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한은은 “대출 금리 상승 폭이 상대적으로 컸고, 서비스업 경기가 2022년 하반기 이후 위축됐다”며 “신규 연체자가 늘어나고 있을뿐더러 한 번 연체에 진입한 뒤 빠져나오지 못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현재 연체율 수준이 아주 높지는 않지만 상승 속도가 빠른 것으로 평가된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연체율 상승 압력이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서평석 한은 금융안정기획부장은 “코로나19 이후 내수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자영업자의 연체율 상승세가 빠른 점은 위험요인”이라며 “채무 상환 능력이 크게 떨어지거나 회생 가능성이 없는 자영업자에 대해 새출발기금 등을 통한 채무 재조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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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