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정부때 ‘도이치 의혹’ 탈탈 털었다? 윤 후보 확정된 뒤 멈춰

김건희 주가조작 수사 얼마나 진행됐나

▲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3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4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환영 만찬에서 문화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도이치니 이런 사건에 대한 특검 문제도, 사실은 지난 정부 한 2년 반 정도 저를 타깃으로 해서 검찰에서 특수부까지 동원해서 정말 치열하게 수사를 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월9일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정부 때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수사가 충분히 이뤄졌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의 이런 해명은 앞서도 계속됐다. 지난해 2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 법원이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뒤 야당에서 김 여사 수사 필요성을 제기하자 대통령실은 “추미애·박범계 전 법무부 장관 시절 2년 이상 탈탈 털어 수사하고도 기소조차 못 한 사유가 판결문에 분명히 드러나 있다”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국회를 통과한 ‘김건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지난 1월5일에는 법무부가 나서 “문재인 정부 당시 검찰이 김건희 여사가 대통령과 결혼하기도 전인 12~13년 전 일에 대해 이미 2년 넘게 무리하고 과도하다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강도 높게 수사하고도 김건희 여사에 대하여는 기소는커녕 소환조차 하지 못한 사건”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당시 현재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아니냐는 비판도 일었다.


하지만 4일 매일한국 취재 결과 이런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먼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은 2020년 4월 최강욱 당시 열린민주당 대표가 김 여사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당시에는 도이치파이낸셜 주식 저가 매수 등 여러 혐의가 혼재된 상태였다. 이 사건은 애초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에서 맡아 진행했지만, 실질적인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사건은 2020년 11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로 재배당됐다. 한국거래소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지긴 했지만 초벌 수사에 불과했고 실제로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된 것은 2021년 8월 수사팀을 정비하고 난 뒤였다.


당시 수사팀은 김 여사의 출석조사가 필요하다고 봤다고 한다. 하지만 김 여사 쪽에서 진술서를 제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수사팀 쪽은 향후 출석조사를 전제로 서면조사 질의서를 보냈다. 다만 출석조사를 염두에 뒀던 만큼 질의서에는 포괄적인 질문만 담겼다고 한다. 이렇게 받은 답변이 김 여사가 2021년 12월 검찰에 제출한 수쪽짜리 진술서였다. 수사팀은 이 진술서로도 의혹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여전히 김 여사를 대면해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2021년 8월부터 본격적으로 수사를 진행한 수사팀 입장에서 김 여사는 당시 후순위 수사 대상이었다. 수사 단계상 주범인 권오수 전 회장 수사가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검찰이 권 전 회장을 구속한 것은 2021년 11월이었다. 또 2차 작전 시기 주가조작의 ‘컨트롤타워’로 지목됐던 블랙펄인베스트의 이아무개 대표와 이 기간 주가조작 선수로 활약했던 김아무개씨는 같은 해 10월 구속됐다. 블랙펄인베스트의 민아무개 이사의 경우에는 미국으로 도주한 상태라 2022년 12월에야 구속이 이뤄지기도 했다.

시세조종을 주도한 인물의 구속이 이뤄진 2021년 10~11월 무렵은 윤 대통령이 20대 대선 국민의힘 후보로 공식적인 선거운동을 했을 때다. 윤 대통령은 같은 해 8월 대선 후보 등록을 한 뒤 11월5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됐다. 권 전 회장의 구속 전 이미 윤 대통령이 유력 정당의 대선 후보가 된 셈이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검찰 관계자는 “권 전 회장이 구속될 무렵에는 이미 수사를 계속해서 결론을 내기 부담스러운 시점이 되어버렸다. 대통령 후보 선출 시기가 수사를 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시한이었는데 수사가 그 시기를 넘겨버린 셈”이라고 말했다. 이후 김 여사의 진술서가 제출됐고, 수사팀은 의혹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아 김 여사 출석조사가 필요하다고 봤지만, 윤 대통령이 2022년 3월 대통령으로 선출되며 수사를 계속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졌다.


결국 윤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로 확정되기 전까지 본격적인 수사는 3개월 남짓밖에 진행되지 않았던 것으로, ‘2년 넘게 탈탈 털었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는 대통령실 등의 입장은 사실과 거리가 먼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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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