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사흘 만에 720여개 퍼부어
인천공항에도 떨어져 운항 차질
정부 “北 감내키 힘든 조치 착수”
北 “韓 삐라 살포시 100배 대응”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이 지난 1일부터 남쪽으로 날리기 시작한 오물풍선이 720개 이상 식별됐다”고 밝혔다. 합참에 따르면 이번 오물풍선에도 담배꽁초, 폐지 등 오물·쓰레기가 들어 있었고 위험 물질은 발견되지 않았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확대회의 뒤 가진 브리핑에서 “북한이 감내하기 힘든 조치들에 착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치 착수 시점에 대해선 “더이상 망설이지 않고 바로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4일 국무회의에서 판문점 선언이나 9·19 남북군사합의 등의 일부 효력 정지를 안건으로 의결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장 실장의 브리핑 이후 수시간 만에 김강일 북한 국방성 부상 명의의 담화를 조선중앙통신에 내고 오물풍선 살포 중단을 선언했다. 김 부상은 “우리는 국경 너머로 휴지장을 살포하는 행동을 잠정 중단할 것”이라며 “한국 것들이 반공화국 삐라 살포를 재개하는 경우 발견되는 양과 건수 백배의 휴지와 오물량을 다시 집중 살포하는 것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오물풍선 살포 중단을 선언한 배경에는 ‘대북 확성기 재개 카드’가 유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대북 확성기 등 심리전은 북한이 가장 원하지 않는 방향”이라면서 “북한은 체제를 흔들만한 정보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그만큼 불안하고 초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오물 풍선 조치 발표 이전에는 북한의 살포 재개와 관련해 규탄과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1차 아시아안보회의에서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가 정전협정 위반이라는 인식을 재확인했다. 신 장관은 회담에서 한반도 정전협정 준수를 책임지는 유엔군사령부의 공식 조사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
당정은 국회에서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고 안보 태세 유지를 위해 합심하기로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정부는 국민 안전 확보에 중점을 두고 침착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결과 브리핑에서 “당정은 정상 국가라면 상상할 수 없는 (북한의) 저급하고 찌질한 행위이자 정전협정을 위반한 행위에 대해 강력히 규탄하고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로 인한 일상 피해도 적지 않았다. 오물 풍선이 인천국제공항에 떨어지면서 주말 동안 세 차례 항공기 운항에 차질이 빚어졌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이날 인천국제공항 제1활주로와 제2활주로 사이 상공에서 오물 풍선이 두 차례 확인돼 오전 6시 6분부터 6시 26분까지 20분 동안, 오전 7시부터 7시 17분까지 17분 동안 출발과 도착 편 운항이 일시 중단됐다. 전날에는 오후 10시 48분부터 11시 42분까지 54분 동안 제3활주로와 제4활주로 사이에 낙하한 오물 풍선을 수거하느라 항공기가 이착륙하지 못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경기 안산시 단원구의 한 빌라 주차장에서는 북한에서 날아온 것으로 추정되는 오물 풍선이 떨어져 주차돼 있던 승용차의 앞유리창이 부서졌다. 해당 차주는 보상을 놓고 보험사와 논의 중이다. 보험업계에서는 차주가 자동차보험으로 수리비 등을 보상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오물 풍선은 우리가 처음 경험하는 위험이어서 보험 계약에 반영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북한이 계속 오물 풍선을 살포한다면 관련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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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