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 타내려 칼로 가슴에 수술 흔적까지 만든 MZ 조폭들

의사, 보험설계사까지 가담
가짜 환자 260명, 보험금 21억 원 편취
여성형 유방증 수술, 허위 진단서 발급
남은 프로포폴은 의사가 빼돌려

▲ 허위 여성형 유방증 진단서로 보험금을 타낸 가짜 환자가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가슴에 상처를 낸 사진. 금융감독원 제공
조직폭력배 일원인 A씨는 병원에 가 채혈만 하면 용돈을 벌 수 있다는 선배의 말에 귀가 솔깃했다. 선배가 소개한 브로커 지시대로 보험에 가입하고 6시간 병원에 머물다 퇴원한 뒤 보험금 800만 원을 청구했다. 보험사에서 단속이 나올 수 있다는 말에 A씨는 칼로 가슴 부분에 수술 흔적을 가장한 상처까지 냈다.


'MZ조폭'과 보험설계사, 의료인까지 연루된 보험사기 일당이 붙잡혔다. 이들은 여성형 유방증, 다한증 등 허위의 수술기록으로 보험금 21억 원을 챙겼다. 금융감독원은 보험사기 신고센터에 입수된 정보를 토대로 기획조사를 실시해 이 같은 보험사기를 확인하고 서울경찰청에 수사의뢰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사기 사건은 단순히 보험금을 부풀리거나 개별 의료기관이 허위 진단서를 꾸미는 기존 보험사기와 달리 조직적이고 기업화한 것이 특징이라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조직폭력배 일원 B씨는 기업형 브로커 조직을 설립해 보험사기 총책으로서 범죄를 기획했다. 조직 대표 C씨는 보험사기 공모 병원의 이사로 활동하며 실손보험이 있는 가짜 환자를 모집했다. 초대형 법인보험대리점 소속 보험설계사 D씨는 조직이 모집한 가짜 환자에게 보험상품 보장내역을 분석해 추가로 보험에 가입하도록 하고, 허위 보험금 청구를 대행했다. 심지어 보험회사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을 경우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하는 요령까지 매뉴얼로 배포했다.


의료진은 가짜 환자 명단을 브로커들과 공유하며 허위의 수술기록을 발급하고, 매월 실적에 따라 수수료를 정산했다. 이들은 대화 내용 등 증거를 남기지 않으려고 매월 텔레그램 단체방을 없애고 신규로 개설하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수술을 하지 않아 남은 프로포폴 등 마약성 마취제는 일부 의료진이 직접 투약하거나 유통한 것으로 드러났다. 마취 앰플 2,279개가 개당 35만~50만 원(10억2,000만 원 상당)에 거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다수의 조폭 조직이 포함된 가짜 환자 260여 명은 주로 입원실에서 단순히 채혈만 하고 6시간 머물다가 퇴원하면서 허위의 진료기록을 발급받아 보험금 21억 원(1인당 평균 800만 원)을 청구했다. 통상 6시간 이상 병실에 머물면 입원으로 인정돼 보험금을 많이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일부 가짜 환자는 적발을 피하기 위해 가슴 부분에 수술 자국처럼 보이는 상처를 만들거나, 병원에서 발급해 준 다른 사람의 수술 전‧후 사진을 제출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보험사기를 주도한 병원이나 브로커뿐만 아니라 이들의 솔깃한 제안에 동조‧가담한 환자들도 형사처벌을 받은 사례가 다수 있다"면서 "보험계약자들은 보험사기에 연루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하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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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